
네덜란드에서 주 4일 근무제가 빠르게 확산되며 노동시간 단축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의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짧지만 경제 성장과 고용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ING 소속의 경제학자 베르트 콜레인은 “네덜란드에서 주 4일제는 매우 흔한 제도가 됐다”며 “오히려 5일 근무를 하면 주변의 시선을 받을 정도”라고 전했다.
◇여성 파트타임 근무에서 출발한 변화
이 같은 흐름은 1980~2000년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에서 비롯됐다. 당시 여성은 파트타임 형태로 진입했고 세제와 복지 제도는 이를 장려했다. 결과적으로 ‘1.5 소득자 모델’이 사회 전반에 정착했으며 이후 남성들 사이에서도 육아와 가사 분담을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하는 문화가 확산됐다.
◇짧아진 노동시간, 높은 고용률 유지
우려와 달리 경제적 성과는 탄탄하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네덜란드의 고용률은 82%로 영국(75%), 미국(72%), 프랑스(69%)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짧은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간당 생산성과 광범위한 고용 참여가 뒷받침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성 고용률 역시 상대적으로 높고 은퇴 연령도 늦어 경제 전반의 노동 공급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성평등 격차와 돌봄 인력 부족
다만 성평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OECD가 지난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27%에 불과해 주요 선진국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여성의 파트타임 근무가 경력 성장에 제약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 교사와 돌봄 인력 부족은 교육·보육 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다시 부모가 장시간 근무에 나서기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GDP보다 삶의 질”
콜레인 경제학자는 “네덜란드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스스로 경제적 성장을 제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GDP를 늘리기 위해 한국처럼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는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네덜란드 아동의 행복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를 “주 4일제가 가져온 사회적 효용”의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