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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이사회, 독일서 첫 제재 명예훼손 소송 직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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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이사회, 독일서 첫 제재 명예훼손 소송 직면 가능성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 본부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 본부 청사.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 이사회가 러시아 제재 사유 공개와 관련해 독일에서 사상 첫 명예훼손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EU 이사회는 EU 회원국 장관들이 모여 법안을 논의·결정하는 ‘입법부’의 성격이라면 EU 집행위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기구다.
27일(현지시각) 유로뉴스에 따르면 독일 함부르크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요아힘 슈타인회펠은 러시아 재벌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제재 사유에 담긴 EU 이사회의 표현을 문제 삼아 소송 제기를 추진 중이다.

슈타인회펠은 독일 연방사법재판소에 항소했으며 이를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EU 이사회가 함부르크 법정에서 직접 방어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언론 보도를 사실처럼 인용…검증 부족"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023년 9월 EU 이사회가 우스마노프를 제재 명단에 올리며 제시한 ‘사유서’다. 이사회는 우스마노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업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보도와 푸틴이 그를 “가장 좋아하는 올리가르히”라고 불렀다는 오스트리아 일간 쿠리어의 보도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슈타인회펠은 이 기사들이 이후 독일 법원에서 불법으로 판단되거나 정정·삭제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가 스스로 의견이라고 밝힌 표현을 이사회가 사실처럼 인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포브스는 언론 자유에 속하는 의견이라고 항변하며 항소 중이다.

또 EU 이사회가 인용한 일부 트윗은 이미 삭제됐으며 우스마노프와 러시아 권력층의 연계를 다룬 수십 건의 기사들이 법원 결정으로 수정·철회된 바 있다고 슈타인회펠은 덧붙였다.

◇"합법적 세금 납부를 '지원'으로 규정"

EU 이사회는 또 우스마노프가 러시아 내 주요 기업 지분을 보유해 러시아 정부에 상당한 세수를 제공했고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불안정을 ‘적극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슈타인회펠은 “합법적으로 주식을 소유하고 세금을 낸 행위를 외교정책 지원으로 규정하는 것은 기본권의 전도”라고 반박했다. 그는 “세금을 피하려면 범죄자가 되거나,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법 구제권 침해" 쟁점

슈타인회펠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개인의 명예 문제를 넘어선다는 입장이다. 그는 EU 기관이 독일 법원에서 소송 면책특권을 주장하는 것은 독일 기본법 제19조 4항(기본권 침해에 대한 사법적 구제권 보장)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제재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EU 이사회가 문제된 표현을 다시는 유포하지 못하도록 금지 명령을 구하는 성격이다.

◇국제적 파장 가능성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EU 제재 근거 작성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금까지 EU 이사회는 언론 보도를 다수 인용해 제재 사유를 정당화해왔으나 향후 ‘사실 검증’ 요구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

만약 독일 법원이 슈타인회펠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EU 제재 체계 전반에 제도적 파장이 예상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