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는 이제 미국 기업들의 새로운 행동주의 투자자가 됐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와 같은 방식
칼 아이칸, 넬슨 펠츠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보통 지분을 확보해 기업 경영에 압박을 가하고 경영진 교체나 사업 구조조정을 요구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몇 주 사이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시장” 우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개입이 위기 대응 차원을 넘어선다고 지적한다. 데이비드 시실리아 메릴랜드대 교수는 “특정 기업을 겨냥해 무역정책을 바꾼 전례는 없다”며 “가장 냉정한 해석은 성공을 위한 강요, 즉 일종의 공적 자금 갈취”라고 비판했다.
사라 바우얼리 단즈먼 인디애나대 교수도 “단기적으론 기업이 유리할 수 있지만 정부가 전략적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순간 시장 고려는 후순위로 밀린다”고 주장했다.
◇주가 반응과 투자자 불안
인텔 주가는 지분 확보 발표 직후 5% 넘게 뛰었으나, 경쟁사인 AMD의 주가는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밀어주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 주가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월가 변호사들은 “기업들이 백악관 압력을 피하려고 다양성·형평성 언급을 웹사이트에서 지우거나 경영진이 워싱턴에 더 자주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자본주의 논란
NYT는 “트럼프의 행보는 유럽이나 중국, 러시아식 국가자본주의와 닮아 있다”며 “정부의 개입을 받지 못하는 기업은 투자 매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카고대 출신 경제사가 조너선 레비는 “미국은 역사적으로 전쟁이나 안보라는 특수 상황에서만 공공과 민간의 경계를 허물었지만 이번에는 평시에도 그 선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