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벌어지는 모든 살인사건에 사형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도 치안을 명분으로 한 강경 조치이지만 주민과 여론은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며 정치권의 갈등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28일(이하 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주재한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사형은 매우 강력한 예방책”이라며 “범죄자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한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수도 치안을 둘러싼 최근 일련의 조치와 맞물려 있다. 그는 이미 연방 검찰에 대해 사형 구형 권한을 복원했으며 워싱턴DC의 살인사건에도 사형을 일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워싱턴DC는 1981년부터 사형제를 폐지했고 1992년 주민투표에서도 사형 부활이 거부된 바 있어 법적·정치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미 1970년대 초 ‘의무적 사형 선고’를 위헌으로 판결한 바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상징적 정치 행보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사형제 부활은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소송 절차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사형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보다 수배 이상 긴 재판과 항소 과정을 거쳐야 하며 결국 수십 년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 범죄 억지 효과에 대한 실효성도 논란이 크다.
이와 동시에 여론은 뚜렷하게 양분됐다. 로이터·입소스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가운데 36%가 연방 정부가 워싱턴DC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데 찬성하는데 그쳤고 주방위군 투입에 찬성한 응답도 38%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찬성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각각 70~80%대의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퀴니피액대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6%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 결정에 반대한다”고 답해 지지(41%)보다 높았다.
워싱턴포스트가 현지 주민 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더욱 부정적인 반응이 확인됐다. 이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80%가 “연방 정부가 워싱턴DC 경찰을 장악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고, 65%는 “이 같은 조치가 범죄 감소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주민들은 대신 총기 규제 강화, 지역 투자 확대, 사회 기반 폭력 완화 정책 등을 더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았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