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성도가 높은 고객일수록 더 큰 불이익을 떠안는 이른바 ‘충성 페널티(loyalty penalty)’ 현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31일(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장기 고객을 위한 혜택처럼 보이는 각종 마일리지·포인트 제도가 실제로는 소비자의 지갑을 더 크게 열게 만드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혜택 대신 불이익으로 돌아온 충성심
인터넷·통신 요금은 1년짜리 프로모션이 끝나면 급격히 오르고, 자동차 보험료는 운전 습관과 무관하게 매년 조금씩 인상된다. 신용카드 금리는 처음보다 높아지고, 은행 예금 금리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항공 마일리지는 적립은 쉬워졌지만 사용은 더 어려워졌고, 혜택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 항공사 마일리지의 추락
항공 업계는 충성 페널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과거에는 회원 등급이 높은 승객에게 무료 업그레이드 좌석이 제공됐지만 지금은 일반 승객이 150달러(약 20만원)만 추가로 내면 같은 좌석을 차지할 수 있어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모든 좌석을 유료화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고, 충성 고객에게 돌아가던 혜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회원 등급이 아예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만큼의 가치는 없다”고 평가한다. 충성 고객은 여전히 항공사 포인트에 매달리지만 실제로는 일회성 신규 고객이 더 큰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많다.
◇ 강제된 충성심과 전환 비용
미국 와튼스쿨의 피터 페이더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강제된 충성심(coerced loyalty)”이라고 정의했다. 소비자가 특정 기업에 계속 남는 이유가 만족감 때문이 아니라 해지 수수료·번거로운 절차·오랜 관계 등 이른바 전환 비용 때문이다. 보험이나 통신사, 인터넷 서비스처럼 몇 년씩 이어지는 상품일수록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일부 기업은 계약 해지를 어렵게 만들어 소비자를 붙잡고 시장 내 경쟁사가 제한적인 점도 이런 구조를 강화한다. 페이더 교수는 “기업들이 사실상 소비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 소비자에게 필요한 대응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신용카드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거나 인터넷 요금 인하를 협상하는 것만으로도 혜택을 볼 수 있다. 항공 마일리지보다 현금 환급형 카드를 쓰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진정한 충성심은 선택의 자유 속에서 특정 브랜드를 고집할 때 성립한다”며 “대부분의 충성 프로그램은 사실상 소비자를 붙잡아두는 장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