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브라질·인도 등 신흥국을 상대로 최대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제질서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31일(현지시각) 르몽드, 포린폴리시,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당초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를 목표로 했던 트럼프발 관세 인상 조치가 오히려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개발도상국과 신흥국들의 연대와 자율성을 강화하는 역설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 글로벌 사우스란
‘글로벌 사우스’는 북미와 서유럽 등 전통적 선진국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중동 등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을 포괄하는 용어다.
◇ 트럼프발 관세 드라이브, 경제 넘어 정치 간섭으로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단순한 무역 수단이 아닌 정치적 압박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에 대해서는 전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법 처리에 개입하며 대법원 판결권까지 흔들려 하고, 인도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아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심지어 캐나다의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결정까지 무역 협상과 연계하는 등 각국의 주권 문제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 중국이 얻는 반사이익
르몽드는 이같은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중국과 글로벌 사우스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달러에 의존하지 않고 각국 통화로 무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국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탈(脫)달러 구상에 힘을 실었다.
인도 역시 미국의 제재를 계기로 중국과 외교·경제 협력을 복원하고 있으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통해 다자 협력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양자택일은 없다”는 글로벌 사우스
포린폴리시는 서구가 중국을 ‘체제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개발도상국들에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사우스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셀수 아모림 브라질 대통령 고문은 “미국의 위협은 오히려 우리가 브릭스와 협력을 강화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사우스가 단일 패권에 종속되기보다 다변화와 균형외교를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 미국의 ‘해방의 날’이 고립의 날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했다며 ‘해방의 날’을 선포했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사우스의 결집을 자극해 미국을 고립시킬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릭스 확대, 비달러 결제 실험, 중국·인도 관계 복원은 모두 그 징후다.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일부 이익을 가져올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심 질서를 흔들고 다극화된 세계 질서를 촉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이들 외신은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