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미 연방정부 산하 언론사인 미국의소리(VOA) 소속 기자와 직원 대부분을 해고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는 법원의 제동과 맞물려 정치적·법적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BBC가 31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대규모 해고 통보
BBC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측근인 카리 레이크 미 글로벌미디어국(USAGM) 최고경영자 대행은 지난 2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VOA와 산하기관 직원 532명에게 해고 통보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VOA에는 약 100명만 남게 된다. 레이크 대행은 이번 조치가 “연방 관료주의 축소와 예산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명령과 충돌
앞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로이스 C. 램버스 판사는 지난 4월 VOA 방송을 유지하도록 명령했으며 정부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적 제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원은 지난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레이크 대행의 VOA 국장 마이클 아브라모위츠 해임 시도를 막았다.
재판부는 “정부가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레이크 대행에 대한 법원 명령 불복종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방송 축소 논란
VOA는 원래 49개 언어로 전 세계 3억6000만 명을 대상으로 방송했지만 현재는 페르시아어·중국어·다리어·파슈토어 등 4개 언어만 송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자는 지난 3월부터 행정휴가 상태였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쟁이 격화되자 페르시아어를 쓰는 일부 기자들이 복귀했으나 곧바로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 여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이자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약화시킨다는 점에 집중되고 있다. VOA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선전에 맞서기 위해 창설된 이래 미국 정부의 대외 홍보 역할을 수행해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