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산층의 경제적 자신감이 빠르게 식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전달과 비교해 약 6% 하락한 데다 컨퍼런스보드 조사에서도 소득 감소를 예상하는 응답이 늘었다며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 중산층 소비심리 급격한 반전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연소득 5만~10만 달러(약 6800만~1억3600만 원) 가구의 경제 전망은 6월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존 리어 모닝컨설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때 중산층 소비자가 고소득층의 낙관론에 이끌리는 듯했지만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 소비 패턴 변화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중저소득층 소비자들이 필수품 위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업체 애드밴스 오토 파츠와 오라일리 오토모티브는 비필수 차량 수리를 미루는 고객이 늘었다고 전했다. 콜스의 마이클 벤더 최고경영자(CEO)는 “중하위 소득 고객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저가 의류와 생활용품 매출 증가를 언급했다.
맥도날드나 데니즈 같은 외식업체들은 중산층 고객이 저렴한 메뉴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맥도날드는 “중산층 고객 유입은 늘었지만 저소득층 방문은 줄고 있다”고 8월 실적 발표에서 밝혔다.
◇ 개인 사례와 체감 경기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30세 뷰티·패션 인플루언서 마리아델리즈 산티아고는 연소득 6만 달러(약 8100만 원)이지만 협찬 계약 축소로 수입이 줄면서 지출을 크게 줄였다. 그는 “지금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통제할 수 없는 느낌”이라며 푸에르토리코 여행을 취소하고 외식·미용 지출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앨라배마주 레드베이 타운홀 미팅에서 “저소득과 중간 소득층은 더 이상 여유 자금이 없다”고 지적했다.
◇ 양극화 심화 전망
반면 고소득층은 여전히 프리미엄 항공권·명품 소비를 이어가며 경기 둔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크록스의 앤드루 리스 CEO는 “저소득층은 가격 인상에 가장 민감해 외출조차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최근 분기 실적에서 프리미엄 좌석 매출이 5.6% 늘어난 반면 일반석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이 압박을 받는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 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