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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式 비트코인 ‘올인’ vs 피터 틸의 '다변화'...엇갈린 전략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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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式 비트코인 ‘올인’ vs 피터 틸의 '다변화'...엇갈린 전략 승자는

비트코인 재무기업, ‘죽음의 소용돌이’ 우려 확산
8월28일 홍콩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비트코인 아시아 2025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 로고가 전시돼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8월28일 홍콩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비트코인 아시아 2025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 로고가 전시돼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Strategy) 회장과 테크 억만장자 피터 틸이 암호화폐를 기업 재무 운영에 적극 도입하는 가운데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2일(현지시각)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들 전략의 위험성을 파헤쳤다.

세일러는 자신의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래티지’를 통해 비트코인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틸은 벤처캐피털을 통한 암호화폐 기업 투자와 함께 지난 8월 상장한 암호화폐 거래소 ‘불리시(Bullish)’를 통해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단순히 보유 자산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 방향과 규제 환경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각자의 투자 전략과 시장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특히 스트래티지와 같은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암호화폐 기반 재무 전략을 채택할 경우, 가격 폭락 시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트코인 ‘올인’ 세일러


세일러는 스트래티지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으로, 이른바 ‘무한 머니 글리치(infinite money glitch)’ 전략으로 금융권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 방식은 신주 발행이나 주식연계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해 회사 재무제표에 장부가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통상 신주 발행은 기존 주식 가치를 희석해 주가를 떨어뜨리지만, 스트래티지의 경우 대규모 비트코인 매수를 통해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이는 곧 회사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후 회사는 더 많은 부채를 발행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왔다.

세일러의 전략은 회사에 큰 성공을 안겨주며 수많은 모방 사례를 낳았다. 금융권에서는 이제 ‘비트코인 재무 회사(Bitcoin treasury company)’라는 용어가 흔히 쓰이고 있으며, 비트코인트레저리스닷넷(BitcoinTreasurys.net)에 따르면 현재 174개 상장 기업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일러의 전략은 철저히 비트코인 단일 자산에 집중돼 있으며,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변화 택한 틸


반면 틸의 전략은 혁신성은 덜하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공동 설립한 벤처캐피털사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를 통해 올해 2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각각 1억 달러를 투자했다. 파운더스펀드는 2005년 설립 이후 스페이스X, 팔란티어, 페이스북 등 굵직한 기업에도 초기 투자한 이력이 있다.

파운더스펀드는 현재 바이오테크 기업에서 이더리움 투자사로 변신한 ETH질라(ETHZilla)의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으며, 톰 리가 회장으로 있는 이더리움 재무 회사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의 지분 9.1%도 보유 중이다. 파운더스펀드는 비트마인이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 자금을 유치하는 데에도 핵심 역할을 했다.

틸의 접근법은 암호화폐 시장 성장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자산과 기업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형태다.

힘 빠지는 ‘비트코인 재무’ 모델


암호화폐 업계는 장기적으로 두 전략 중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할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최근 몇 주간의 흐름 만으로는 세일러가 주창한 ‘비트코인 재무’ 모델은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모델의 기본 논리는 자본을 조달해 비트코인으로 전환한 뒤 가치 상승을 기다린다는 것인데 비트코인의 극심한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기업의 ‘주당 비트코인 지수(BTC-per-share metric)’나 순자산가치(NAV) 수준까지 떨어지면, 주가를 떠받칠 안전판이 사라진다. 이는 곧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부터 기업은 시가총액 축소 → 자본 조달 차단 → 부채 상환 불능 → 강제 청산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소용돌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스트래티지의 NAV는 주가의 1.4배 수준이다. 지난 2월에는 주가의 두 배 가까이 달했고, 당시 카네기멜론대 금융학과의 브라이언 라우틀리지 교수는 포춘(Fortune)에 “그 격차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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