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니켈 공급량 50% 차지하는 핵심국가 사회 불안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비상 우려

인권단체 콘트라스(KontraS)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후 수도 자카르타에서 최소 8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다. 1240명 이상이 붙잡혔고 최소 20명이 실종된 상태다. 군대는 자카르타를 비롯해 수라바야, 반둥, 족자카르타, 마카사르 등 주요 도시 거리에 배치됐다.
◇ 오토바이 기사 사망 사건이 시위 격화의 전환점
시위는 지난달 25일 자카르타 국회의사당 밖에서 평화롭게 시작됐다. 국회의원들이 월 5000만 루피아(약 420만 원)의 새로운 주택 수당을 승인한 것에 반발해서였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엘리트 준군사 경찰의 장갑차가 21세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 아판 쿠르니아완을 치어 사망하게 한 사건이 터지면서 시위는 전국으로 번졌다. 매일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아판은 경제적 압박에 짓밟히는 소외된 인도네시아인들의 비극적 상징이 됐다.
이후 인도네시아 당국은 시위 동원의 핵심 플랫폼이 된 틱톡의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비활성화했다.
◇ 경제 불평등 심화가 시위의 근본 원인
세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노동력의 약 60%가 안정된 소득이나 사회 보호 없이 비공식 부문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법학연구센터(CELIOS)의 수치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거의 1000만 명의 인도네시아인이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이나 빈곤층으로 떨어졌다.
식량 가격이 치솟고 일자리 기회가 줄어든 가운데 올해 초부터 4만2000명 이상의 근로자가 해고됐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대중의 공황'을 우려해 공식 정리해고 데이터 공개를 중단하기도 했다.
반면 1994년 재무부 법령은 여전히 공무원에게 개인 소득세 납부를 면제하는 특별 세금 공제를 부여하고 있어 특권층과 일반 시민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2024년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의회가 월 최대 5000만 루피아의 주택 수당 인상을 승인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이미 호화로운 보상 패키지가 더욱 강화됐다.
◇ "17+8" 요구사항으로 확산된 시민운동
시위대는 "17+8"로 알려진 운동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부에 1주일 이내에 17개의 긴급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판 쿠르니아완 살해 사건 조사팀 구성, 민간인 보안에 군의 개입 중단, 구금된 시위대 석방, 시위 폭력 책임자인 경찰관 기소, 경찰의 잔혹 행위 중단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인도네시아 의회, 정당, 경찰 기관 개혁을 포함한 8가지 구조적 요구를 1년 이내에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규모 시위 참가자인 조비알 다 로페스는 "최소한 의회 개혁에 관한 요점은 이행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같은 처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인민혁명은 조코 "조코위" 위도도 전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부패 혐의 조사, 의회 해산, 조코위의 아들인 지브란 라카부밍 라카 현 부통령 탄핵도 요구하고 있다.
◇ 세계 니켈 공급망 비상, 투자 차질과 가격 불안정성 우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42%,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니켈 보유국이자 생산국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니켈 매장량은 약 5500만 톤으로 세계 1위다.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은 2023년 기준 약 10만 명의 직접 일자리와 관련 산업 및 서비스 부문에서 약 30만 개의 간접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술라웨시, 할마헤라, 말루쿠와 같은 주요 니켈 채굴 지역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시위로 인한 사회 불안은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에 여러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제광업금속협의회(ICMM)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60% 이상의 채굴 작업이 부족한 인프라(도로 접근성 및 전력 공급 등)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회 불안이 가중될 경우 운영 차질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중국 광산기업 장쑤델롱의 인도네시아 법인 GNI(Gunbuster Nickel Industry) 제련소가 최근 생산량을 줄였으며, 조만간 운영을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니켈 가격 급락과 대규모 투자 부담이 경영난을 악화시키면서 발생한 것으로, 사회 불안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투자 차질이 예상된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와 스테인리스강 제조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전 세계 니켈 수요의 40%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다. 2025년까지 약 500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따라 니켈 수요는 2030년까지 전체 니켈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인도네시아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553억3000만 달러(약 77조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이는 2020년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조치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광업과 금속 제련 부문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현재의 시위와 사회 불안이 지속될 경우 향후 투자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 프라보워 정부의 대응과 1998년 폭동 재현 우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처음에 시위대를 "반역자",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며 단호한 조치를 다짐했다가 지난달 31일 대중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국회의원들의 수당을 삭감하겠다고 약속하며 물러섰다.
파자자드란 대학교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쿤토 아디 위보워는 "프라보워가 아직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위기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계 인도네시아 여성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위협이 온라인 플랫폼에 넘쳐나면서 1998년 5월 폭동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수백 명의 여성이 잔인하게 강간당하고 광범위한 약탈과 살인이 벌어졌다.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부국장 위리아 아디웨나는 "군대는 평화로운 시위에 대응할 수 있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며 "그들은 전쟁과 국방을 위해 훈련받았기 때문에 민간인 시위를 다룰 때 적절한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많은 인도네시아 국민이 중국계 소수 민족을 희생양으로 삼는 오래된 속임수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소셜 미디어에 퍼뜨리고 있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