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벳과 애플 주가가 4일(현지시간) 나란히 하락하다 막판에 반등했다. 전날 알파벳이 9% 넘게, 애플이 4% 가까이 급등한 데 따른 숨 고르기 속에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낙관적임을 시사했다.
알파벳과 애플 주가는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아미트 메타 판사가 2일 구글 반독점 위반에 따른 법적 해법에서 크롬을 매각하지 않아도 되고 구글은 계속해서 애플 등에 검색엔진 디폴트 대가를 지불해도 된다고 결정한 것이 주가 급등 배경이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이번 결정이 구글의 검색엔진 경쟁사들에 독소조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단기적으로는 구글과 애플이 시간을 번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들이 현 상황에 만족하면서 앞으로 치열해질 시장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알파벳은 1.56달러(0.68%) 상승한 232.66달러, 애플은 1.31달러(0.55%) 오른 239.78달러로 마감했다.
“판사는 전문가가 아니다”
지난해 8월 구글이 애플 웹브라우저 사파리의 기본(디폴트) 검색엔진 자리를 차지하는 독점 계약은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메타 판사는 2일 장 마감 뒤 마침내 해법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8월 반독점 판결을 내릴 때와 달리 지금은 인공지능(AI) 검색이 급부상하면서 크롬이 검색 시장의 독점자 역할은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구글은 크롬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또 메타 판사는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이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구글이 애플 등에 크롬 검색엔진을 디폴트로 설정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허용했다. 이를 막으면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 개발업체인 모질라 같은 개발사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점을 이유로 댔다.
모질라는 파이어폭스 기본 검색엔진으로 크롬을 채택하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가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막으면 당장이라도 파산할 수 있다.
메타 판사는 이런 해법이 최선은 아니겠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판사는 기술 전문가가 아니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것도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 법정은 (미래를 보는) 수정 구슬을 들여다보고, 미래를 예측할 것은 요구받고 있지만 이는 판사의 특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쟁 억제
메타 판사는 모질라의 사례를 들며 구글이 계속해서 애플 등 크롬 검색엔진을 디폴트로 탑재하는 업체에 금전적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그 규모는 2022년 200억 달러에 이르렀다. 배런스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현재 구글이 애플에 지급하는 규모는 25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메타 판사가 고심해서 내린 결론이지만 이는 시장 경쟁을 극도로 저해할 것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구글의 막대한 자금력에 맞서 업체들에 수백억 달러를 주면서 자사 검색엔진을 디폴트로 만들 수 있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검색엔진 빙을 갖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덕덕고 같은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꿈도 꾸기 힘든 일이다.
결국 독점적인 계약은 아니지만 구글은 계속해서 애플 등에서 크롬 검색엔진의 독점을 지속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결국 구글과 애플 모두 현 상황에 만족하면서 추가 개발에 나설 유인이 사라졌다.
배런스는 200억 달러 수수료를 계속 챙길 수 있게 된 애플은 자체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을 200억 가지 이유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AI의 부상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구글과 애플이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이런 흐름이 길게는 못 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I가 이들의 강철대오에 균열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AI가 본격화한 이후에는 단순히 검색을 하는 대신 관련 내용을 풀어서 알려주는 AI 검색이 세를 불리고 있다.
구글은 생성형 AI 제미나이로 이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오픈AI의 챗GTP, 퍼플렉시티, 앤트로픽 등 AI 스타트업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크롬의 지배력이 AI 검색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오픈AI는 지난달 챗GPT 주간활동 사용자 수가 1년 전보다 4배 폭증한 7억 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억 명에 비해서도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최근 대규모 자본 확보에 성공한 앤트로픽도 연간환산 매출이 연초 10억 달러에서 지금은 50억 달러 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단기적으로 구글과 애플에 호재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업체에 악재로 작용하고, 시장 경쟁이라는 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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