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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국 '리쥬란', 美 FDA 장벽에 막힌 '뷰티 원정'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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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국 '리쥬란', 美 FDA 장벽에 막힌 '뷰티 원정' 불렀다

1회 60만원·극심한 고통에도…'광채 피부' 얻으려 K-뷰티 성지 찾아
의료계 '효과 데이터 부족' 신중론…보톡스·필러 잇는 새 시장 개척 평가도
오픈AI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오픈AI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매끄럽고 젊은 피부를 만든다는 이른바 '동안 주사' 리쥬란을 맞으려 미국 여성들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자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못해 주사 시술이 불법인데도, 1회당 수백 달러의 비용과 극심한 통증을 감수하며 'K-뷰티' 최신 유행을 좇는 '뷰티 원정'에 나서고 있다.

뉴욕의 마케터 브리트니 입(25) 역시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광채 피부'의 비결이 리쥬란이라는 사실을 알고 서울행을 택했다. 그녀가 맞은 주사는 100여 차례에 이르렀다. 일주일 후, 원하던 피부 변화를 체감한 그녀는 "친구들이 연이어 피부가 정말 좋아졌다고 칭찬했다"고 말했다.

리쥬란은 미국에서 국소 도포용으로만 사용이 가능할 뿐 주사제로는 허가되지 않았다. 하지만 1회에 최대 450달러(약 62만 원)에 이르는 비용에도 한국을 찾는 미국 여성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제조사는 3회 시술을 권장하며, 효과는 최대 1년까지 이어진다고 밝혔다.

리쥬란은 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톡스나 볼륨을 채우는 쥬비덤 같은 필러와는 작용 원리가 다르다. 피부 자체의 수분감을 채우고 탄력을 높이며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피부 재생을 돕는다. 주성분인 PN(폴리뉴클레오타이드)은 연어 세포에서 추출한 DNA 조각으로, 피부 치유와 재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한국에서 처음 개발된 리쥬란은 현재 20개국에서 주사제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리쥬란의 폭발적인 성공 덕분에 개발사인 파마리서치의 정상수 회장은 올해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다만 회사 측은 해당 평가액을 공식 확인해주지 않았다.

◇ '광채 피부' 후기 속 '의학적 데이터 부족' 우려

하지만 미국 의료계는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벌리힐스의 성형외과 의사 캐서린 챙은 "효과만 있다면 멋진 일이다. 피부 본질을 개선하는 진정한 부스터를 모두가 원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개인의 경험이 데이터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관련 데이터는 아직 매우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피부 결이 크게 좋아졌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효과를 못 봤다는 사람도 있는 등 평가가 엇갈린다"며 염증, 발진, 피부 변색 같은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했다.

파마리서치 측은 "리쥬란 출시 후 경미한 피부 반응 외에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며 현재 주사제 FDA 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에도 K-뷰티 열광은 리쥬란의 인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간호사 트리스 보(25)는 "캐나다에서도 시술이 가능하지만 비용이 서울의 두 배"라며 한국을 찾았다. 그는 "건조함과 칙칙함, 초기 잔주름이 고민이었는데 시술 8일째부터 피부가 탱탱해지고 자연스러운 광채가 돌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챙 의사는 "아시아 스킨케어는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며 "K팝, K드라마의 인기와 소셜 미디어의 확산으로 K-뷰티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 "출산보다 강렬한 고통"…'아바타' 모습 감수해야

실제로 리쥬란은 단독 시술보다는 레이저나 다른 시술과 함께 받는 '묶음 시술' 경향이 짙다. 패션지 얼루어의 전 편집장 미셸 리는 최근 한국 방문에서 얼굴 전체에 리쥬란과 세 가지 레이저, 쥬베룩 시술을 함께 받았다. 그녀는 "열흘 만에 피부가 정말 끝내주게 좋아졌다. 매우 빛나고 모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며,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화장품이 전혀 필요 없었다"고 말하며, 어떤 치료 덕분에 나아졌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리쥬란 시술은 극심한 고통으로 악명이 높다. '연속 천자 기법'을 사용해 얼굴 전체에 100~150회에 걸쳐 얕게 주사하기 때문이다. 시술 직후에는 얼굴 전체가 붉고 두드러기처럼 부풀어 오르며, 이 증상은 최소 24시간에서 며칠간 이어진다.

미셸 리는 "세 번의 출산과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겪어 통증에 내성이 강하다고 자부하지만, 이건 정말 강렬했다"고 털어놨다. 뉴욕의 유명 피부관리사 소피 파빗 역시 "주사 80방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수를 세는 것을 포기했다"며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픈 것은 아니지만, '수천 번 베이는 듯한 고통'과 같다"고 묘사했다. 그는 시술 직후 모습에 "정말 이상해 보인다. 마치 영화 '아바타' 같았다"고 덧붙였다.

리쥬란의 등장은 기존 보톡스·필러 시장이 채워주지 못했던 '재생·회복 주사제'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험담 위주의 빠른 입소문이 K-뷰티 열풍과 맞물려 세계적인 현상을 낳았지만, 안전성을 뒷받침할 의학 데이터 확보와 규제 당국의 승인 여부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