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20대들 "주 92시간 근무" 충격적 현실, 술·잠·연애 포기하고 1조 달러 기업 도전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노트북 외 모든 것을 포기하며 24시간 혹독한 경쟁에 매진하고 있다.
"보드게임에서 이기는 기분"...금전 동기 넘어선 승부욕
AI 고객지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파일론(Pylon) 공동창업자 마티 카우사스(28세)는 최근 링크드인에 "3주 연속 92시간씩 일했다"고 게시했다. 그는 "휴가를 다녀왔지만,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 일찍 돌아왔다"며 "10년 안에 100억 달러(약 13조8800억 원) 규모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카우사스는 자신의 동기를 "보드게임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에 비유했다. 그는 "돈을 버는 더 쉬운 방법들이 있고, 세상을 구하겠다는 거창한 비전도 아니다"라며 "대형 IT기업 프로그래머로 일할 수도 있지만 그건 멋진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파일론은 현재까지 5100만 달러(약 708억 원) 투자를 받았다.
AI 금융 스타트업을 설립한 맥케이 그랜트(24세)는 지난해 보스턴 서퍽대학교 졸업식을 포기하고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그는 "그냥 일해야 한다. 열심히 해야 한다"며 샌프란시스코를 "뛰어난 부적응자들이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직원들도 회사 문신...극한 헌신 요구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Y컴비네이터는 2005년 설립 이후 5000개 이상 기업에 투자해 총 기업가치 8000억 달러(약 1111조 원)를 달성했다. 올여름 프로그램에는 2만 건 지원서가 접수됐다.
AI 금융 인프라 기업 코기(Corgi) 공동창립자 에밀리 위안(23세)은 스탠퍼드대학교 3학년을 중퇴했다. 그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면 왜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셔야 하나"라며 "수업에 가는 대신 회사를 설립하면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코기 공동창립자 니코 라쿠아(25세)는 "주 7일 근무할 의향이 있는 사람만 채용한다"며 "40명이 넘는 직원 중 약 30명이 창업자 출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입사원들에게 회사 매트리스를 선물로 주고, "초창기 직원 3분의 2가 코기 문신을 새겼다"고 전했다. 라쿠아는 컬럼비아대학교 학위를 받은 것을 후회한다며 "항상 가장 야심찬 일을 하고 가능한 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매일 관에 들어가는 기분"...극한 주거까지 감수
AI 고객지원 챗봇을 개발하는 하세압 울라는 포트 메이슨 소재 파운더스 인크(Founders Inc.)에서 근무한다. 그는 시간 절약을 위해 하루 한 번 우버이츠 배달로 식사를 해결한다고 밝혔다.
울라는 과거 사무실 건물을 개조한 공간에서 월 700달러(약 97만 원)를 내고 거주한다. 약 20명이 생활하는 이 공간의 침대들은 기차 침대칸처럼 프라이버시 커튼이 설치된 '포드(pod)' 형태다. 그는 "매일 밤 관에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게 완벽하게 괜찮다"고 말했다.
카우사스는 당초 사무실에서 살 계획이었으나 결국 한 블록 떨어진 방 4개짜리 아파트를 임대했다. 그는 장수 전문가 브라이언 존슨이 설립한 회사에서 준비한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한다며 "음식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으면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카우사스는 스타트업 영업 직무에 맞는 이상 직원은 "가난하고, 배고프고, 절박한" 박사 학위 소지자라고 말했다. 그의 외부 활동도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카우사스는 최근 주말에 해커톤에서 강연했고, 다른 주말에는 다른 창업자와 함께 골든 게이트 공원에서 자전거를 탔다. 서로 회사에 투자했던 두 사람은 자전거 타기 중 창업자들에게 데이트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야기했다.
18세 고교 중퇴 창업자까지...온 가족이 합류
18세 아를란 라흐메차노프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AI 에이전트 지원 스타트업 니아(Nia)를 설립했다. 그는 Y컴비네이터에 합격해 100만 달러(약 13억8000만 원)를 모은 후 카자흐스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라흐메차노프는 "항상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산책할 때, 저녁 식사할 때, 세탁소에 있을 때, 화장실에 있을 때도 소프트웨어 버그를 해결한다"며 "스타트업 일과 사회생활을 분리하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추가 투자금 확보를 축하하기 위해 한 투자자가 그의 에어매트리스를 진짜 침대로 교체해줬다고 전했다.
기술 분야 부 축적 전망에 이끌린 그의 아버지 산자르 라흐메체노프와 형도 이 도시로 와서 AI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있다. 노브힐 지역 호텔에 머물고 있는 산자르는 "샌프란시스코 열기가 카자흐스탄 초원까지 닿을 정도"라며 "아들과 함께 여기 있다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밝혔다.
20세 아모그 차투르베디는 스탠퍼드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중퇴했다. 그는 "내 친구들은 모두 중퇴했다. 모두가 창업가가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투르베디와 Y컴비네이터 출신 두 공동창업자는 첫 스타트업인 AI 회계 소프트웨어를 6자리 수(수십억 원)에 팔았다. 현재 그들은 앱에서 소비자 행동을 분석하는 5개월 된 AI 제품 분석 회사 휴먼 비헤이비어(Human Behavior)를 이끌고 있다.
Y컴비네이터 파트너 재러드 프리드먼은 "샌프란시스코 젊은 창업자들의 직업윤리와 에너지는 페이팔 같은 회사에서 책상 밑에서 잠을 자던 인터넷 초창기로 돌아간 것 같다"며 "AI는 아마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를 위해 삶의 다른 모든 것을 잠시 중단하고 싶어하는 창업자들 심정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