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텔 칩 의존도 높아 AMD·엔비디아로 급선회…노키아는 다각화로 리스크 차단

통신장비 전문 매체 라이트리딩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노키아보다 인텔 반도체에 훨씬 많이 의존하고 있어 인텔 위기로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두 5G 장비 제조사 모두 인텔을 대체할 다른 반도체 업체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 사상 최대 손실에 2027년 회복 목표
인텔은 지난해 10월 166억 달러(약 22조 9800억 원)라는 사상 최대 분기 손실을 기록하며 16,500명을 대량 해고했다. 인텔의 2024년 전체 매출은 531억 달러(약 73조 7200억 원)로 전년보다 2% 줄었고, 내부 파운드리 사업은 130억 달러(약 188 원) 적자를 냈다.
인텔은 2027년까지 파운드리 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찾겠다고 했다. 경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팻 겔싱어 대신 립부 탄이 취임하면서 75,000명까지 직원 수를 줄이고 2025년 말까지 운영비 5억 달러(약 6900억 원)를 깎는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 인텔 칩 의존도 높아 타격 불가피 속에 AMD·Arm·엔비디아로 대안 찾기
삼성전자의 5G 장비 사업은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에 크게 기대왔다. 삼성이 미국 최대 고객인 버라이즌을 위해 구축한 네트워크는 이런 '가상' RAN의 대표 사례다. 영국의 보다폰과 쓰리(Three), 루마니아의 오렌지와 보다폰에서도 작은 규모로 같은 작업을 한다.
삼성 대변인은 라이트리딩에 "공급업체 종속성을 피하려면 항상 두 개 이상 공급업체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며 "AMD, Arm, 엔비디아를 후보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은 백서를 통해 "특정 목적을 위해 설계한 칩이 경쟁력을 유지할지, 가까운 앞날에도 계속 쓰일지 분명하지 않다"며 "빠르게 발전하는 범용 칩이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텔에서 다른 업체로 바꾸려면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인텔의 최신 제품인 사파이어 래피즈와 그래나이트 래피즈에서 삼성은 FEC(순방향 오류 수정)를 빼고 모든 RAN 작업을 메인 프로세서에서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통합' 방식은 다른 칩 제조업체가 따르지 않는다.
AMD는 PCIe 카드에서 제공하는 별도 하드웨어 가속기를 선호하며, 이를 'T2 텔코 가속기 카드'로 판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이런 카드를 추가 비용이라고 비판한다. 삼성은 인텔의 하드웨어 가속기에 기대면서도 소프트웨어 기반 FEC를 개발했고, 일반적으로 CPU의 핵심 부품인 더 많은 '코어'를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AMD 프로세서에 더 효과적으로 배치될 수 있다고 본다.
노키아, 일찍부터 공급처 분산해 '방어막' 구축
노키아는 삼성과 달리 인텔 위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황이다. 노키아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 토미 우이토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른 업체보다 인텔 NEX(네트워크 및 엣지 그룹)에 덜 의존한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인텔 위기로 인한 타격 위험은 낮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노키아의 세계 5G 장비 시장 점유율은 17.6%로 삼성(4.8%)보다 3배 이상 크다. 노키아는 범용 칩을 쓰는 가상 RAN보다는 통신 전용으로 만든 특수 칩을 활용하는 기존 방식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노키아는 5G 초기 인텔의 10나노미터 칩 개발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은 뒤 일부 부품을 브로드컴과 마벨로 바꿨다. 지금 노키아의 최신 특수 목적 RAN 제품에서 브로드컴은 무선 장치용 디지털 전단부를, 마벨은 모든 RAN 연산 요구사항을 처리한다.
우이토는 "레이어 2, 레이어 3, 전송 처리의 경우 인텔 x86 CPU를 쓸 수 있고, AMD를 쓸 수 있고, Arm 코어를 쓸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 CPU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레이어 2, 레이어 3, 전송 처리는 덜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레이어 1에 무엇을 쓰느냐다."
5G 장비 시장 위축 속 반도체 개발비는 급증
이런 상황은 5G 장비 시장의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RAN 제품의 연간 총 매출은 2022년에서 2024년 사이 100억 달러(약 13조 8800억 원) 줄어 350억 달러(약 48조 5900억 원)에 그쳤다.
삼성은 백서에서 "2011년 28나노미터 칩 제조에 약 4,800만 달러(약 666억 원)가 들었지만, 지금 첨단 2나노미터 칩 생산 비용은 약 7억 2,500만 달러(약 1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칩 설계자들이 더 많은 연산 성능을 집약하면서 비용이 급등한 것이다.
삼성은 모바일에서 특수 제작한 시스템 온 칩 기술의 출시 주기를 3∼4년으로 잡는 반면,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는 1∼2년 주기로 개발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텔의 최고 기술 및 AI 책임자인 사친 카티는 거의 3년 전 "범용 기술이 결국 너무 많은 투자를 받아 맞춤 실리콘을 넘어설 것"이라고 라이트 리딩에 말했다.
삼성 대변인은 엔비디아와 관련해 "오늘날 GPU는 다소 비싸다"며 "하지만 네트워크 모든 계층에서 사업자에게 선택권을 주려는 삼성 약속에는 사업자가 이 길을 탐색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경우 GPU 통합에 대한 개방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