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대응 북미 공급망 현지화…배터리 순환 경제 구축 발판
2026년부터 오클라호마 공장서 생산…탄산리튬·흑연 등 품목 확대 가능성
2026년부터 오클라호마 공장서 생산…탄산리튬·흑연 등 품목 확대 가능성

19일(현지시각) 에코프로 머티리얼즈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린리이온이 발표한 의향서를 보면, 두 회사는 장기적인 동반 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계약의 핵심은 에코프로 머티리얼즈가 지난해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한 그린리이온의 미국 오클라호마주 아토카 공장에서 만든 재활용 NCM 수산화물을 사들이는 것이다. 공급 기간은 오는 2026년부터 5년 동안이며, 그린리이온이 아토카 공장의 생산 능력을 대규모로 늘리는 결정적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의향서는 법률상 구속력이 없는 단계지만, 두 회사가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을 목표로 신뢰를 확인한 공식 절차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계약에 앞서 두 회사는 재활용 원료의 품질과 안정성을 확인하려고 양산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최종 사업상 조건에 합의한 뒤 구속력 있는 장기 공급 계약을 정식으로 맺는다. 처음에는 NCM 수산화물을 공급하지만, 앞으로 협의를 통해 다른 재활용 배터리 소재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다.
IRA 대응 북미 공급망 현지화…'도시 광산' 원료 확보
이번 동반 관계는 에코프로 머티리얼즈에게 북미 배터리 시장 대응력을 한층 키우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뒤 현지 소재와 재활용 공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번 협력은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짜는 효과적인 해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동반 관계는 '폐기물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연계 사례로, 재활용 원료를 써서 친환경·지속가능성이라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협력 상대인 그린리이온에도 이번 합의는 중요한 이정표다. 에코프로 머티리얼즈와 같은 세계적인 대형 수요처를 확보해, 회사는 독자 개발한 재활용 기술의 상업화 성공사례를 만들고 대규모 양산을 위한 투자 기반을 다졌다.
그린리이온의 리언 패런트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창업자는 "이번 의향서는 지속 가능한 배터리 소재 생산 확대를 위한 핵심 단계"라며 "에코프로와의 동반 관계는 리튬이온 배터리 순환 경제를 강화할 것이다. 이 중요한 합의는 중대한 이정표이며, 다음 단계의 본격적인 증설을 위해 생산 능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韓 배터리 3사 공급망 강화…상생 구조 자리매김
이번 협력의 영향력은 두 회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우리나라 배터리 3사가 모두 미국에 대규모 합작법인을 운영하거나 늘리고 있어, 에코프로 머티리얼즈는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이들 기업의 북미 공급망 안에서 입지를 더욱 굳힐 전망이다. 나아가 미국 현지에서 만들고 재활용한 원료를 쓰는 것은 IRA 세액공제 조건을 채우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어, 에코프로가 북미 고객사에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을 한층 키우고 있다.
앞으로 두 회사는 NCM 수산화물 외에도 탄산리튬(Li₂CO₃), 전구체(pCAM), 흑연 등 추가 품목으로 협력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한국-싱가포르-미국을 잇는 삼각 협력 구조가 세계 이차전지 재활용 생태계에서 중요한 선례를 남길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