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미래 성장 계획 발표…단순 소비 시장 넘어 생산·수출 핵심 거점으로
현지 맞춤형 EV, 제네시스 고급차 시장 동시 공략…지능형 공장 혁신도 추진
현지 맞춤형 EV, 제네시스 고급차 시장 동시 공략…지능형 공장 혁신도 추진

현대자동차가 인도를 미래 성장의 핵심 승부처로 삼고, 단순 소비 시장을 넘어 세계적인 생산 및 수출 허브로 키우는 대대적인 청사진을 내놨다. 21일(현지시각) 인도 리퍼블릭 월드 등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인도 최초의 현지 설계 전기차(EV) 출시와 푸네 공장 생산 능력 25만 대 증설을 골자로 한 '2030 미래 성장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의 호세 무뇨스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는 더 이상 단순한 소비 시장이 아니라 혁신, 생산, 수출의 전략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모든 차급에 걸쳐 폭넓은 전동화 제품군을 제공하고, 주요 시장에서 생산을 현지화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부터 차세대 배터리에 이르는 획기적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혀, 인도를 중심으로 한 미래 전략의 방향을 제시했다.
'글로벌 수출 중심지'로…푸네 공장 25만대 증설
이번 성장 계획의 핵심은 생산 규모 확대와 역할 변화에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생산량을 120만 대 늘리는 계획의 하나로, 우선 푸네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을 25만 대 추가하기로 했다. 이는 내수 시장 대응을 넘어 인도를 명실상부한 세계 수출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현지 맞춤 전략의 핵심은 인도 최초의 '현지 설계 전기차' 출시다. 이 모델은 기획 단계부터 인도의 도로 환경과 소비자 취향을 철저히 반영하고, 현지 부품 공급망을 최대한 활용해 가격 경쟁력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전동화·고급화 동시 공략…인도에 제네시스 첫선
현대차는 203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총 555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를 포함한 전동화 모델 판매 목표는 330만 대로, 전체 판매량의 약 60%에 이른다. 이러한 전동화 전환의 중심에 인도를 두었다. 북미, 유럽, 한국과 함께 인도를 4대 핵심 전동화 시장으로 정하고, 모든 차급에서 전동화 제품군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전동화와 함께 고급화 전략도 동시에 추진한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인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여,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의 고급차 시장 수요를 흡수한다.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은 제네시스는 유럽 내 20개국으로 판매를 넓히고, 아시아 태평양 신흥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인도를 그 핵심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초기에는 렉서스처럼 소량의 완성차 수입(CBU) 방식으로 시장 반응을 살필 전망이다.
현대자동차의 호세 무뇨스 사장은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에 "인도 시장 점유율 1위가 목표는 아니지만, 우리가 쌓아온 강력한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제네시스 같은 고급 브랜드를 내놓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구상을 밝혔다. 2015년 11월 출범한 제네시스는 현재 G70, G80, G90 등 세단 제품군과 GV60, GV70, GV80 등 SUV 제품군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대형 SUV인 GV90 출시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넘어선 제네시스는 올해 22만 5000대 판매를 예상하며, 2030년까지 연간 판매량을 35만 대로 늘린다는 목표다.
기술적으로는 효율과 성능을 크게 높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II'를 주력으로 내세운다. 현재 내연기관과 순수 전기 모델을 파는 제네시스는 2026년 첫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고, 2027년 처음 선보일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는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를 실어 한 번 충전으로 960km(600마일) 이상 달릴 수 있다. 이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용량의 절반 수준으로 완전한 전기차 수준의 성능을 내는 혁신 기술이다.
생산 방식에서도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기반 제조'와 '지능형 자동화'를 푸네 공장을 포함한 세계 생산기지에 본격 도입한다. 이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개발한 최첨단 로봇 기술,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 정비, 설비 자가 진단 시스템 등을 현장에 적용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생산 유연성을 높이고 운영 효율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전 세계 어느 공장에서나 동일한 최고 수준의 품질을 지킬 수 있는 지능형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
무뇨스 사장은 "전례 없는 변화에 맞닥뜨린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차는 매력적인 제품, 제조 유연성, 기술 선도 능력, 뛰어난 판매 협력사, 그리고 세계적인 규모의 독보적인 조합으로 성공할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대차의 이번 2030 성장 계획은 인도를 현지화된 제조, 전동화, 그리고 차세대 기술이 결합된 세계 전략의 핵심으로 삼는다는 선언이다. 푸네 공장을 중심으로 내수 시장의 빠른 성장을 이끌고, 세계 시장을 향한 수출의 발판으로 삼아, 현대차가 미래 이동 수단(모빌리티) 시대의 진정한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핵심 동력을 인도에서 찾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