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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장벽 더 세졌다…완성차까지 과세, 韓車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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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장벽 더 세졌다…완성차까지 과세, 韓車 '직격탄'

EU CBAM 확대…車업계 긴장
부품 탄소추적 부담 급증
저탄소 전환 속도전 불가피
지난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유럽연합 국기. 그래픽=나연진 기자·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유럽연합 국기. 그래픽=나연진 기자·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적용 대상을 완성차 부품과 생활가전 등 가공 제품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예고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철강과 알루미늄 등 원자재에 국한됐던 탄소 규제가 차량 부품과 완제품까지 확장될 경우, 한국산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 악화와 공급망 재편 압력에 동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장벽에 이어 유럽의 ‘탄소 장벽’까지 가동되면서 국내 완성차·부품 업계의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EU가 이번 조치를 통해 겨냥한 핵심은 탄소 규제를 피해 원자재 대신 가공 제품 형태로 수출되는 이른바 ‘우회 수출’을 차단하는 데 있다. 원자재 단계에 머물렀던 탄소 규제 범위를 완성차 부품과 가전 완제품까지 확장해 탄소 배출 책임을 최종 제품까지 묻겠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원재료 조달부터 가공, 조립까지 전 공정에 걸쳐 탄소 배출량이 큰 대표적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 자동차 공급망의 저탄소 전환 속도가 유럽 대비 더딘 만큼 단기간에 ‘탄소 패스포트’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유럽 현지 공장을 보유한 완성차 업체들도 한국에서 공급받는 부품이 CBAM 대상에 포함되면 추가 비용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전주기(LCA) 탄소 데이터 구축이 미흡한 중견·중소 부품업체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는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저탄소 소재 조달 확대, 협력사 탄소 감축 가이드라인 강화, 부품·공정 단위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동시에 유럽 외 시장 다각화, 고부가가치·저탄소 제품 전환 등 구조 변화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역시 EU와의 협상에서 적용 시점·예외·유예기간 등 조정 여지를 확보하고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와 CBAM 간 이중 부담을 줄이는 통상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CBAM은 수출가격 상승 → EU 시장 경쟁력 약화 →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매출과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재편 압력, 즉 제조를 저탄소 또는 제3국으로 이전해야 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교수는 "특히, 중견·중소 부품사는 대응 여력이 약하므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제언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