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본토 방어 우선' 강화로 10월 발표 국가방위전략 주목
한국·대만 방어선 제외 가능성 거론, 동맹국 연대 대응 필요
한국·대만 방어선 제외 가능성 거론, 동맹국 연대 대응 필요

약 4년마다 미국 정부가 수립하는 국가방위전략은 미군의 대외 관여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문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방전략(2018년)은 중국과 러시아를 질서에 대한 도전자로 규정하고 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노선이 후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8월 말까지 새 전략 초안을 완성해 현재 미국 정부 내에서 회람 중이다. 미국 정치전문 사이트 폴리티코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대응에 주안점을 둔 2018년 노선을 재검토하고 미 본토 방어를 우선시하는 초안이 작성됐다. 이대로 확정되면 미군이 내향적이 되어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에 악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다.
최종안이 결정되기까지 미세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전략을 선취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이후 본토 방어를 우선시하는 자세를 이미 강화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미군을 동원하는 데는 극히 소극적이다. 러시아에 인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발트 3국에도 최근 2026 회계연도부터 군사 지원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궁극적인 미 본토 방어 우선주의다.
주권국가로서 미국이 본토 방어를 최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하고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결과 동맹국에 대한 군사 관여가 얼마나 희생될 것인가다.
유럽 내에서는 미군 지원이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체념에 가까운 분위기가 감돈다. 이에 비해 아시아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대한 대항상 미군이 아시아 관여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늘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아쉽게도 그런 전망은 틀릴 가능성이 크다. 확실히 미국 정부는 아시아를 중시하고 있어 유럽만큼 군사 지원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본토 방어 우선주의를 강화하면 아시아라고 해도 '무상(無傷)'일 수는 없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오가는 논의의 실상을 살펴보면 우려스러운 현실이 드러난다. 미국의 국익상 큰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켜야 할 방어선을 아시아 어디에 그을 것인가에 대해 미국 정부 내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방어선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4가지 패턴이 가능하다. 지역 안정에 가장 좋은 것은 한일과 대만을 모두 포함한 방어선이 견지되는 경우다. 미국은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이 노선을 유지해 왔다.
반대로 최악은 일본만을 방어선에 포함하고 한국과 대만을 제외하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이 더욱 강경해져 분쟁 위험이 높아질 우려가 크다. 과거 1950년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이 이런 방어선 설정에 언급했는데, 미군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인상을 북한에 주어 한국전쟁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뿌리 깊다.
나머지 2가지 패턴은 방어선에서 한국과 대만 중 하나를 제외하는 내용이다. 많은 미군 기지를 둔 일본은 방어선 내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이나 대만이 제외된다면 일본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복수의 미국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군과 국방부, 국무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최선의 패턴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대세다. 반면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대외 개입 신중파 사이에는 한국이나 대만 방어에 미국이 어디까지 깊이 관여해야 하는지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있다.
예를 들어 북한 대응을 둘러싸고 한국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대신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군 관여를 줄이는 방안이 미국 정부 일부에서 은밀히 거론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이론이 나와 무산됐지만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대만 정책에 대해서도 워싱턴에는 온도차가 있다. 미군과 미국 의회의 대중 강경파에서는 대만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하지만 밴스 부통령 등은 대만 방어에 대한 의지가 그리 강하지 않다.
아시아 방어선이 어떻게 될지는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의 언동을 보는 한 불안을 금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 적자에서는 중국에 분노하고 있지만, 미군의 아시아 관여를 깊게 하여 중국군의 증장을 막으려는 의지는 부족하다. 세계지도를 체스판으로 보고 중국을 상대로 세력권을 다투는 지정학적 사고는 전무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잘 아는 전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미중이 종합국력을 걸고 전략 대립하는 와중에 있다는 시대 인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없다"고 지적한다.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분쟁의 연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미군 외에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어선을 후퇴시키지 않도록 동맹국들이 연대를 강화해야 할 때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