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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청산 후폭풍...암호화폐 시장, 단기 변동성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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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청산 후폭풍...암호화폐 시장, 단기 변동성 확대 우려

230억 달러 옵션 만기 앞둔 암호화폐 시장, 불안한 줄타기
다양한 암호화폐를 표현한 토큰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다양한 암호화폐를 표현한 토큰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주 초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강제 롱(매수) 포지션 청산 움직임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초토화된 가운데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시장 참가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레버리지 포지션이 대거 정리되면서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가 급락한 데 이어 급격한 가격 변동에 베팅하는 옵션 수요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자산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전날 약 5억 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한때 9% 급락했고 이날도 제한적 반등 속에 4200달러를 중심으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비트코인도 전일 3% 급락에 이어 이날 11만2000달러대의 보합권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오빗 마켓의 캐롤라인 모론 공동 창업자는 “전일 급락 이후 시장이 조정 국면에 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불안하다”면서 “비트코인이 11만 달러, 이더리움이 4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비트코인 옵션 시장에서 변동성 확대에 대한 베팅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빗(Deribit)에 따르면,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비트코인 옵션 계약 중 가장 큰 규모의 베팅은 두 극단에 집중돼 있다. 즉 비트코인 가격이 9만5000달러 밑으로 하락하는 상황에 대비한 포지션과 14만 달러 이상으로 급등을 예상하는 포지션으로 양분돼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시장의 안정보다는 변동성 확대에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리빗 자료에 따르면 특히 오는 26일 약 23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옵션 계약이 만기를 앞두고 있어 시장 경계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블룸버그는 또한 암호화폐 시장에서 단기 베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이에 따라 갑작스러운 매수·매도 압박이나 강제 청산이 가격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팔콘엑스의 그리핀 시어스 글로벌 파생상품 대표는 “이번 하락은 전반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나타난 제한적인 디레버리징(차입 축소) 현상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1년 전보다 높아진 레버리지 수준은 여전히 과도한 변동성을 초래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높은 레버리지를 일으켰다는 신호는 무기한 선물 시장에서 뚜렷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미결제 약정이 급증했고, 특히 이더리움은 개인 투자자들의 단기 매매가 가세하면서 투기적 거래가 급증했다.

에르고니아의 크리스 뉴하우스 리서치 디렉터는 “이더리움의 급락은 펀더멘털적 요인보다는 과도한 레버리지가 얇은 유동성과 맞물린 결과”라며 “스트레스 국면에서 이더리움은 역사적으로 디지털 자산 심리를 대변하는 고베타(high-beta) 자산으로 되돌아가는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시장 규모가 더 큰 비트코인은 주류 투자자들 사이에서 포트폴리오 위험 회피 수단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제한적인 양상이다.

팔콘엑스의 시어스 대표는 “비트코인 가격 흐름은 전반적으로 주식과 거시적 위험자산의 추세를 더 밀접하게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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