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44억 달러, 연간 600만 TEU 처리…남미 최대 물류 허브 목표
스페인·벨기에·중국 등과 5파전 구도…2026년 3월 최종 사업자 선정
스페인·벨기에·중국 등과 5파전 구도…2026년 3월 최종 사업자 선정

칠레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반 시설 사업인 '산안토니오 외항' 프로젝트 수주전에 현대건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총사업비 44억 5000만 달러(약 6조 원)가 들어가며, 남미 물류 중심지의 지형을 바꿀 국가 사업으로 세계 유수 기업 5곳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칠레 현지 언론 푸라 노티시아에 따르면 산안토니오 항만공사는 산안토니오 외항 건설 공사 국제 입찰의 사전 자격 심사를 통과한 기업으로 한국의 현대건설과 스페인·벨기에 연합의 악시오나-데메 컨소시엄을 추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9월 초 먼저 자격을 얻은 네덜란드의 판오르트, 벨기에의 얀데눌, 중국의 중국항만엔지니어링(CHEC)을 포함해 총 5개 기업이 최종 입찰 참가 자격을 확보했다.
사전 자격 심사는 세계적인 대규모 해양 기반 시설 건설 경험과 기술력, 재무 건전성 등 항만공사가 제시한 엄격한 기술과 행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만 입찰 참여 기회를 주는 절차다. 현대건설의 합류는 칠레 정부가 추진하는 전략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사업수행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간 600만 TEU 처리…남미 물류 지형 바꿀 국책 사업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산안토니오항은 남미의 핵심 물류 거점이자 중남미 최대급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길이 400m급 초대형 선박 8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1,730m 길이의 최첨단 반자동화 터미널 2곳이 들어선다. 4단계 개발이 모두 끝나면 연간 화물 처리량은 현재 250만 TEU에서 600만 TEU(약 6000만 톤)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4000여 명 고용 창출…공공·민간 협력으로 재원 조달
산안토니오 항만공사의 에두아르도 아베드라포 부스토스 이사회 의장은 "산안토니오 외항은 국가 사업으로, 이번 공사 입찰은 2036년까지 칠레가 앞으로 수십 년간 필요로 할 항만 수용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결정적인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형 프로젝트는 국제 해양 항만망 속에서 산안토니오항의 위상을 굳건히 할 것이며, 공공 기반 시설의 현대화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전망이다. 아베드라포 의장은 "공사와 운영 기간에 4,000명이 넘는 직접 고용 효과가 기대되며, 이는 칠레의 대외 무역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총 투자비 44억 5000만 달러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조달한다. 산안토니오 항만공사가 방파제, 준설 등 핵심 기반 시설에 19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 25억 달러는 앞으로 선정될 민간 운영사가 터미널 건설과 설비 구축, 운영을 위해 투입한다. 프로젝트는 단계적으로 진행하며, 2036년 첫 운영 단계부터 연간 150만 TEU 처리 능력으로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산안토니오 항만공사의 라몬 카스타녜다 폰세 사장은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기업들이 사전 자격을 통과한 만큼, 칠레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번 항만 사업의 높은 요구사항에 맞는 경쟁력 있는 제안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입찰 일정에 따르면, 사전 자격 통과 기업 등록은 오는 11월 마감되며 새로운 컨소시엄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최종 제안서 접수는 2026년 1월에 시작하며, 같은 해 3월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남미 물류 시장의 판도를 바꿀 초대형 사업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세계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