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위 25개 EPC 목록 발표…유럽·미국·중국 등 세계 강자들 중동서 격돌
한국 기업, 기존 플랜트 넘어 수소·친환경 에너지로 영토 확장하며 미래 시장 선도
한국 기업, 기존 플랜트 넘어 수소·친환경 에너지로 영토 확장하며 미래 시장 선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심장부인 중동이 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글로벌 설계·조달·시공(EPC) 기업들의 기술 경연장이 됐다. 이 지역 산업 구조의 거대한 변화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자본, 경험을 갖춘 글로벌 EPC 리더들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E&A·현대건설, 압도적 수주 실적으로 경쟁력 증명
25일(현지시각) 중동 현지 언론 오일&가스에 따르면 '2025년 상위 25개 EPC 계약업체' 목록은 중동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핵심 주자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드러내며 이러한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 EPC 기업들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E&A는 전체 순위에서 5위에 오르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해외 플랜트 중심의 수주 확대와 탄탄한 경영 실적에 힘입어 2025년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지난해 46위에서 36위로 10계단 뛰어오르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연간 수주액은 약 14조4000억 원, 수주 잔고는 21조3000억 원에 이르러 2년 이상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했다. 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아랍에미리트(UAE)의 애드녹 등 중동 핵심 국영 석유기업들과의 깊은 신뢰를 기반으로 UAE 타지즈 메탄올 플랜트, 사우디 파딜리 가스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중동 최초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플랜트 건설에 참여하는 등 친환경·에너지 전환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유럽·미국·중국 등 강자들, 미래 에너지 시장 선점 경쟁
유럽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이탈리아의 사이펨(10위)은 애드녹의 해상 유전 개발 전략에 발맞춰 고난도 해저 EPC 프로젝트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영국에 본사를 둔 페트로팩(7위)은 UAE와 사우디에 핵심 거점을 마련하고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스페인의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9위)는 기존 정유·석유화학 분야의 강점을 지키면서도 그린 암모니아 같은 저탄소 프로젝트로 빠르게 전환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의 테크닙 에너지스(15위) 또한 애드녹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UAE의 탈탄소와 수소 경제 전환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하며 에너지 전환 시대를 이끌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고도의 전문성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맥더못(11위)은 두바이와 제벨알리에 운영 허브를 두고 걸프만 전역의 해상 석유·가스 개발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며, KBR(22위)은 엔지니어링과 프로젝트 관리 컨설팅이라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영역에서 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국의 부상도 빼놓을 수 없다. 시노펙 엔지니어링(16위)은 아람코와 사빅의 다운스트림과 석유화학 시설 확장 프로젝트에서 중추 역할을 맡아 위상을 높였고, 중국석유공정건설공사(CPECC, 14위)도 힘을 보태며 중동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 밖에도 카타르의 UCC 홀딩(13위)이 다분야에 걸친 수행 능력으로 역내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며, 싱가포르의 로터리 엔지니어링(25위)은 석유 저장 터미널이라는 틈새시장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스의 아키로돈(21위)은 사우디의 신도시 프로젝트인 네옴과 홍해 개발의 항만·해양 기반시설 건설을 주도하며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일본의 JGC 코퍼레이션(23위) 또한 석유화학 분야를 넘어 수소와 재생에너지 기반시설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오늘날 중동의 산업 지형은 현지 자본과 세계 기술력이 결합한 거대한 용광로와 같다. 기존의 석유·가스에서부터 재생에너지, 수소, 암모니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프로젝트들은 이 지역이 단순한 자원 부국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 국가로 나아가려는 강력한 의지를 증명한다. 이 거대한 전환의 중심에서 삼성E&A와 현대건설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EPC 기업들은 기술과 혁신을 무기로 미래를 짓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