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시베리아·볼가-우랄 지역 기존 유전 노후화 심화… 전쟁으로 인한 인력 감소도 악영향
글로벌 수요 증가 속 러시아 공급 급감, '세계 에너지 위기' 촉발 우려
글로벌 수요 증가 속 러시아 공급 급감, '세계 에너지 위기' 촉발 우려

이는 러시아가 생산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필요한 필수 서방 기술과 장비에 접근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것으로, 세계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와 맞물려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 프라이스가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석유 생산 감소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우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석유 생산 유지 및 확장에 필요한 고도로 발전된 서방 기술과 장비(AI 소프트웨어, 고압 펌핑 장비, 최신 방향성 시추 도구 등)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젊고 건강한 남성들이 유전에서 일할 수 없게 되면서, 러시아는 석유 생산(특히 셰일 생산 확장)에 필요한 훈련된 현장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P Global Commodity Insight의 러시아 전문가 매튜 세이거스(Matthew Sagers)는 "땅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것은 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자원 기반이 악화됨에 따라 제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더 빨리 달려야 한다"며, "본질적으로 러시아 석유에 대한 길고 느린 작별 인사"라고 평가했다.
지난 10년간 OPEC과 러시아(OPEC+)는 높은 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 할당량을 설정해 왔다. 러시아는 일반 수입의 약 3분의 1을 석유 수입에 의존하여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석유 생산의 급격한 감소는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전 세계 석유 수요는 2030년까지 BP의 추정치인 1억 340만 배럴(BOPD)에서 OPEC의 1억 1,300만 BOPD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수요 증가 시기에 러시아 공급이 급감하면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또한, 두 시나리오 모두 러시아 공급 감소로 인해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석유 생산량 증가의 대부분을 공급해온 미국의 셰일 혁명은 러시아의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미국은 2010년 이후 셰일 저수지에서 약 800만 BOPD를 추가하여 원유 생산량을 약 540만 BOPD에서 현재 1350만 BOPD로 증가시켰다.
이러한 성공은 미국 생산자들이 90~100달러보다 훨씬 낮은 유가로 셰일 저수지를 수익성 있게 생산하는 방법을 알아낸 결과다.
러시아가 미국의 기적을 재현하려면 제재로 인해 거부된 서방 기술(AI 소프트웨어, 고압 펌핑 장비, 최신 시추 도구, 숙련된 인력)에 대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금이 부족한 러시아는 값비싼 자본 장비 증설을 위한 자금도 부족한 상황이다.
WSJ 기사에 따르면, 러시아 석유 생산 업체인 가스프롬 네프트(Gazprom Neft)의 CEO 알렉산드르 듀코프(Aleksandr Dyukov)는 최신 시추에 필수적인 MWD(Measurement While Drilling) 및 LWD(Logging While Drilling) 도구를 포함한 약 200개에 달하는 고유한 항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서방 제재는 러시아가 기존 재래식 저장소의 생산량 감소를 막거나 셰일 매장량을 개발할 수 없게 만들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장기적인 불안정성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