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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버크셔 해서웨이, 일본 종합상사 주식 50년 장기보유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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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버크셔 해서웨이, 일본 종합상사 주식 50년 장기보유 선언

저평가·주주환원·안정성 '3박자'…버크셔와 닮은 DNA에 '매료'
'포스트 버핏' 시대에도 계속될 밀월…美 고평가 시장 떠나 가치분산 신호탄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일본 5대 종합상사에 대한 '50년 동행'을 선언했다. 버크셔는 종합상사의 저평가 매력과 안정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높이 평가, 고평가된 미국 시장을 대신할 핵심 투자처로 보고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일본 5대 종합상사에 대한 '50년 동행'을 선언했다. 버크셔는 종합상사의 저평가 매력과 안정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높이 평가, 고평가된 미국 시장을 대신할 핵심 투자처로 보고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투자의 신', '오마하의 현인' 등의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은 세계적인 투자가,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최고경영자(CEO)가 일본 종합상사를 향한 깊은 신뢰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는 CEO로서 마지막으로 주재한 해마다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5대 종합상사 주식을 "앞으로 50년간 팔지 않겠다"고 말하며, 자신의 투자 철학이 단기 시세 차익이 아닌 기업의 본질 가치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2020년 8월, 5대 상사 지분 5% 보유 사실을 세상에 알린 지 5년. 버핏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장기 투자를 넘어,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가치를 분산하려는 세계 투자 흐름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례로 떠올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의 '일본 상사 사랑'은 식기는커녕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버핏이 이토록 일본 종합상사에 끌리는 배경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오마하를 달군 버핏의 다짐


지난 5월 초,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CHI 헬스 센터 오마하'는 버핏의 마지막 주주총회를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구 50만의 도시에 모인 주주들의 관심은 단연 버핏의 입이었다. 해마다 이어지는 주주와의 대화에서 그는 버크셔가 투자한 5대 종합상사 질문에 여느 때와 달리 강한 어조로 답했다.

"앞으로 50년간 매각하는 일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 발언은 단순한 장기 보유 뜻을 넘어, 해당 기업들과의 굳건한 동반 관계를 통해 미래를 함께 그려가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현장에 참석했던 비토 파이낸셜 서비스의 비토 미네오 대표는 "이렇게까지 말하나 싶어 버핏의 애착이 얼마나 강한지 느꼈다"고 당시 놀라움을 전했다.

버핏과 일본 종합상사의 인연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00~3000개 일본 기업 정보가 담긴 책자를 살피던 중 "터무니없이 싼값에 팔리던"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 등 5개 기업을 발견했다. 그의 투자는 2019년 7월부터 시작했고, 2020년 8월 각 회사 지분을 약 5%씩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본격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이 소식은 세계 투자 자금을 일본 증시로 이끄는 기폭제 노릇을 했고, 5대 상사의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분 확대는 현재진행형…'10% 규칙'도 폐기


버크셔는 그 뒤에도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버크셔가 2025년 3월 간토 재무국에 제출한 대량보유보고서를 보면, 자기주식을 포함한 보유 비율은 미쓰이물산 9.82%, 미쓰비시상사 9.67%, 마루베니 9.30%, 스미토모상사 9.29%, 이토추상사 8.53%에 이른다. 특히 2025년 8월에는 미쓰비시상사 지분이 10.2%로 더 늘었다.

주목할 점은 버크셔가 스스로 세웠던 '지분 10% 미만 보유' 원칙을 폐기했다는 사실이다. 버크셔는 2025년 2월 주주 서한을 통해 이 상한선을 없앴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앞으로 5개 사의 주식 보유 비율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추가 매수 뜻을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이 약속은 오래가지 않아 현실이 됐다.

버크셔와 닮은꼴…'저평가·안정성'에 반했다


버핏이 일본 종합상사에 이토록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투자 기준으로 삼는 '튼튼한 재무 상태, 합리적인 경영, 주주를 위하는 마음, 낮은 주가'라는 조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첫째, 버크셔와 경영 방식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버크셔는 코카콜라, 셰브론 같은 여러 업종의 기업에 투자하며 성장해왔다. 자원·에너지부터 식료품까지 여러 사업을 거느린 종합상사 역시 특정 업종이나 국가의 경기 변동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자랑한다. 특히 효율 높은 자본 배분, 보수적인 경영 방식 등에서 버크셔와 닮은 점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둘째는 투명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5대 상사는 모두 해마다 배당금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누진 배당 정책을 쓴다. 미쓰비시상사가 최대 1조 엔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인 것처럼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높이기에 적극 나선다. 버핏 역시 "5개 사 모두 알맞은 때에 배당을 늘리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경영진의 보수도 미국 기업에 견줘 낮은 수준"이라며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셋째, 주가가 매우 싸다는 매력이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사업 다각화로 세계 곳곳에 사업망을 갖췄고 재무구조가 튼튼하며, 경기 순환에도 강한데도 오랫동안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했다.

넷째, 환율 위험을 관리하는 영리한 투자다. 버크셔는 엔화 표시 채권(사무라이 본드)을 발행해 마련한 돈으로 투자해 환율 변동 위험을 효과 있게 관리한다. 이는 주가가 높은 미국 시장을 대신할 안정적인 투자처로 일본을 선택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버핏 이후'에도 계속될 동행…장기·분산투자가 교훈


버핏은 이번 주총에서 2026년 1월부터 그레그 에이벌 부회장이 CEO 자리를 잇는다고 발표했다. 버핏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 그의 투자 철학은 굳건히 이어질 전망이다. 버크셔는 2025년 현재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사상 최대인 33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며, 일본 종합상사처럼 제값보다 싼 우량 자산을 추가로 사들일 기회를 엿보고 있다.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사랑'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가 아니다. 변화의 흐름, 위험 분산, 경영 철학이 모두 맞아떨어지는 드문 투자 기회라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50년 보유" 선언은 기업의 본질 가치를 넘어 일본 경제와 세계 분산 투자의 상승효과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버핏의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 역시 기업의 본질 가치에 바탕을 둔 장기·분산투자라는 원칙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