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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닛산의 '변심', SK온에 '날벼락'…미국 전기차 동맹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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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닛산의 '변심', SK온에 '날벼락'…미국 전기차 동맹 '적신호'

트럼프 위험·수요 둔화에 백기…2028년 '엑스테라 하이브리드'로 유턴
캔턴 공장 전기차 생산 전면 보류…배터리 공급키로 한 SK온 계획 '좌초' 위기
닛산자동차가 미국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응해 현지 전기차 생산 계획을 전면 동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닛산의 핵심 배터리 공급사였던 SK온과의 협력 관계도 사실상 보류 상태에 들어가면서 향후 K-배터리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닛산자동차가 미국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응해 현지 전기차 생산 계획을 전면 동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닛산의 핵심 배터리 공급사였던 SK온과의 협력 관계도 사실상 보류 상태에 들어가면서 향후 K-배터리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로이터
세계적 전동화(EV) 대전환의 물결이 북미 시장에서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그 상징적 사건으로, 일본 닛산자동차가 미국 안 전기차 생산 계획을 전면 동결하고 내연기관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와 '트럼프 위험'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내린 고육지책이다. 이 결정의 직격탄은 닛산의 핵심 배터리 협력사로 낙점된 SK온에 떨어지면서, 두 회사 사이 '배터리 동맹'은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닛산의 이번 결정은 최근 북미 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생존 전략의 하나다. 2025년 2분기 닛산의 미국 판매량은 6.5% 줄었으며, 상반기 전체 판매량 역시 지난해와 견줘 정체했다. 수요일(현지시각)에는 9월까지의 분기 실적 발표도 앞두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디트로이트뉴스 등 외신이 1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닛산은 애초 미시시피주 캔턴 공장에서 추진하려던 전기차 생산 계획을 동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대신 2028년부터 이 공장에서 1999년 처음 등장해 오프로드 성능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엄격한 배기가스 규제 탓에 2015년 단종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엑스테라(Xterra)'를 V6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얹어 새롭게 생산한다. 닛산의 크리스티앙 뫼니에 미주법인 회장은 "딜러들이 (엑스테라의 부활에) 매우 흥분하고 있다. 이는 닛산이 다시 돌아온다는 훌륭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공장의 생산 규모를 회복시키고 비용을 적정 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결정의 가장 큰 파장은 닛산의 핵심 공급망 협력사인 SK온에 미치고 있다. 불과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닛산은 "2028년 캔턴 공장에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며, 배터리는 한국 SK온으로부터 현지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이번 결정은 더욱 갑작스럽다. 하지만 전기차 생산 사업 자체가 미국 안 전기차 수요 둔화와 이달 끝나는 연방 보조금 등 악재가 겹치면서 백지화 절차를 밟고 있다.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현실론' 꺼내든 닛산


뫼니에 회장은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는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강화가 맞는 선택"이라며 이번 결정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극적인 비용 절감을 이루거나 재정적 위험을 나눌 협력사를 찾으면 (전기차 생산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해 사업 부활의 여지를 남겼다.

닛산의 전략 수정은 엑스테라에만 그치지 않는다. 주력 모델인 로그(Rogue)는 2026년 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올해 말에는 멕시코에서 생산한 신형 센트라(Sentra)를 투입해 내연기관 제품군을 보강한다. 반면 주력 전기차였던 리프(Leaf)는 일본에서 수입하지만 관세 부담 때문에 미국 안 판매량이 급감했다.

'트럼프 관세' 역이용…미국 현지화에 승부수


특히 이번 결정은 '미국 시장 중심의 현지화' 전략을 가속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닛산은 기존에 전기차를 생산하려던 미시시피 캔턴 공장을 엑스테라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아마다(Armada), QX80 등 대형 SUV 생산 거점으로 바꾼다. 또한, 애초 단일 교대제로 줄일 예정이었던 테네시 스머나 공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2교대 근무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1월 경쟁사인 스텔란티스를 거쳐 닛산에 복귀한 뫼니에 회장은 신형 로그가 출시되면 스머나 공장을 3교대로 확장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닛산의 전략적 후퇴는 세계적으로 진행하는 규모 축소 속에서 최대 수익원인 미국 시장의 위험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필연적 결과다. 뫼니에 회장은 "(무역 장벽이) 우리에게 다시 생각하기를 강요하고, 회사가 올바른 일을 하도록 압박하기에 나는 이것이 닛산에 좋은 일이라고 계속 말한다"며 "미국처럼 큰 시장에서는 반드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측 불가능한 시장의 파고 속에서 전기차 외길 대신 검증된 하이브리드 카드를 다시 꺼내 든 닛산의 선택이 앞으로 북미 자동차 시장과 SK온을 포함한 K-배터리 업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