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덴마크 등 NATO 영공 침입 급증...핀란드→불가리아 동부 10개국 첨단 탐지망 구축

폴란드·덴마크 등 영공 침범에 EU 경보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국방위원은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발트해와 국경을 맞댄 10개 회원국이 '상징적' 드론 방어벽 구축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는 NATO와 우크라이나 관계자도 참석했다.
쿠빌리우스 위원은 "지금 우리가 드론에 대응하는 능력은 필요한 만큼 미치지 못한다"며 "이제 기술과 재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회원국 정상 승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폴란드,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덴마크 등에서 드론이 NATO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폴란드 당국은 자국 영공을 침범한 드론이 러시아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는 최근 며칠간 공항 폐쇄를 일으킨 드론 출처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며, 지난 2일 코펜하겐에서 열린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민간 드론 비행을 전면 금지했다.
스웨덴 정부는 군 특수 부대를 배치해 "레이더 시스템을 포함한 군사 드론 대응 능력으로 덴마크를 지원한다"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밝혔다. 독일 해군 프리깃함이 코펜하겐에 도착해 공중 감시를 돕고 있으며, 프랑스 국방부도 인력과 헬기, 대드론 장비를 덴마크에 보냈다.
센서·재밍 장치 결합한 다층 방어망
드론 방어벽은 실제 벽이 아니라 센서, 신호 교란 장치, 다층 군사 기술을 엮은 네트워크다. 소형 드론이 떼를 지어 움직이거나 표준 레이더를 피해 낮게 날 때 이를 찾아내고 막아내도록 설계했다.
이 계획에는 수십억 유로가 들어가며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검증한 기술을 활용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드론이 공중과 땅, 바다에서 전차와 군함 같은 훨씬 비싼 기존 군사 장비를 파괴하며 전쟁 모습을 바꿔놓았다.
EU 회원국 27개국 정상은 지난 1일 코펜하겐에서 모여 드론 방어벽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자체 드론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재정 지원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러시아 드론 공격에 맞서 키이우는 소리로 드론을 찾아내는 센서와 충돌해서 적 드론을 파괴하는 방어용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수백만 달러 미사일로 수천 달러 드론 막을 수 없어"
마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영공 침범 대응이 NATO가 "동맹국 땅 구석구석을 지킬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NATO가 비싼 무기에 기대 훨씬 싼 드론을 막아내는 위험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주세페 스파타포라 EU 안보연구소 분석가이자 전 NATO 정책 자문은 "상대는 계속 드론을 날려보낼 수 있다"며 "전투기는 한정돼 있고 실은 무기도 제한되는 데다 상당히 비싼 첨단 무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NATO가 최고 수준 방어 능력을 갖췄지만, 떼로 날아와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싼 드론에 맞서기에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뤼터 사무총장도 "결국 수천 달러밖에 안 하는 드론을 막으려고 수백만 달러짜리 미사일을 쓸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NATO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의도된 공격이라고 단정하지 않았고, 덴마크도 러시아를 직접 탓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주요 도시들이 긴장한 가운데 정상들은 이 사건을 드론 방어막이 필요하고 러시아가 NATO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는 증거로 든다. 러시아는 잘못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유럽의 비난을 "근거 없고" "무모하며" "우리 국경 근처 긴장을 크게 높이는 또 다른 행위"라고 일축했다. 페스코프는 "그들이 대화 방법을 생각하는 대신 이런 군사주의 태도를 이어가는 것을 본다"며 "하지만 유럽 주요 도시에서 다른 목소리도 들리니 계속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술 활용...1년 안에 탐지 시스템 구축
EU 드론 방어벽 계획은 우크라이나에서 검증한 저비용 대응 전술을 활용한다. 우크라이나 기업들은 소리로 드론을 찾아내는 센서 네트워크를 개발했으며, 이 정보를 기관총으로 무장한 순찰대에 보내 트럭이나 프로펠러 비행기에서 드론을 떨어뜨린다.
우크라이나 제조업체들은 공격 드론에 부딪히거나 가까이서 터지는 소형 반자동 요격 드론도 만들고 있다. 키이우는 신호 교란과 속임수 기술을 써서 드론 경로를 바꾸는 방법도 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이우가 "우크라이나 경험을 나누려고" 덴마크에 전문가를 보냈다며 이것이 "러시아와 다른 드론에 맞서는 새 시스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관계자들은 제안한 드론 방어벽이 핀란드에서 불가리아까지 동부 국경선을 따라 운영되며, EU가 2030년까지 국방에 수천억 유로를 쓰는 계획의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에는 무기 공동 구매를 장려하려고 시작한 1500억 유로(약 246조 원) 규모 새 대출 프로그램을 포함한 EU 재정이 들어간다.
쿠빌리우스 위원은 탐지 시스템을 먼저 만들 것이며 전문가들은 1년 안에 준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NATO 사무총장은 "이것은 배치 문제이자 구매 문제"라며 "정부가 정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유럽 관계자는 "유럽이 이래야 한다고 선언만 할 게 아니라 실제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드론이 바로 그런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