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테이블코인 파생상품 담보 허용…"전통 은행 붕괴의 서막" 경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스테이블코인을 파생상품 거래 담보로 허용하는 조치를 통해 암호화폐가 제도권 금융시스템에 본격 편입되면서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의 붕괴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인도네시아 콘탄이 지난 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프랭클린 템플턴의 디지털 자산 및 산업 자문 서비스 책임자 샌디 카울(Sandy Kaul)은 최근 규제 변화가 전통적인 금융 생태계 종말의 시작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CFTC 캐롤라인 팜(Caroline Pham) 위원장 대행은 지난달 23일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한 자산을 파생상품 시장에서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토큰화 담보 및 스테이블코인 계획'을 발표했다. 팜 위원장 대행은 "시장 참여자들이 달러를 더 똑똑하게 활용하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해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테더(USDT)나 USD코인(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현금이나 미국 국채와 같은 전통 담보와 동일하게 규제된 파생상품 거래에서 취급된다. 써클(Circle) 헤스 타버트(Heath Tarbert) 사장은 "USDC 같은 신뢰받는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사용하면 비용을 낮추고 위험을 줄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연중무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주요 기업들도 이번 계획을 지지했다. 써클, 테더, 리플 랩스, 코인베이스, 크립토닷컴 등 암호화폐 거래소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임원들이 CFTC의 움직임에 찬성 의견을 표명했다.


카울은 은행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는 모든 달러가 규제되고 소비자가 보호받는 개인 간 거래(P2P) 생태계에서 순환한다며, 이로써 전통 계정 기반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이 글로벌 금융의 중추가 될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이미 2021년 온체인 미국 국채 머니마켓펀드를 출시해 자산 토큰화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온체인이란 기존 중앙집권식 금융 시스템과 달리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직접 거래가 처리되는 방식으로, 중개기관 없이도 24시간 연중무휴 거래가 가능하다. 카울은 앞으로 10년 내에 프랭클린 템플턴의 모든 상품이 이런 방식으로 이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이자를 지급할 수 있게 되면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시티그룹은 낙관 시나리오에서 스테이블코인 성장의 24%가 은행 예금에서 유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카울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합법성 확보가 이전에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꺼렸던 기관 투자자들에게 길을 열어준다고 강조했다. 안정되고 규제된 디지털 거래 환경의 구축으로 디지털 자산이 대규모 시장 참여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 틀을 구축했다. 이 법률은 2027년 1월 18일 또는 시행 규정 발표 후 120일 중 빠른 날짜에 효력을 발휘한다.

카울은 "규제 승인과 블록체인 기술 역량의 결합으로 지니어스법이 전통 은행 부문 지배력 붕괴의 촉매제로 기억되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전환이 기존 금융 인프라를 무색하게 만들어 은행에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으로의 자금 이동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플의 잭 맥도널드(Jack McDonald) 스테이블코인 담당 수석 부사장은 "CFTC 계획이 스테이블코인을 규제된 금융시장의 핵심에 통합하는 핵심 단계"라며 "파생상품 시장에서 더 큰 효율성과 투명성을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