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다이애나와 결혼식 두 달 후 수집가 시장 겨냥 발행
영국 외교관 "그들에게도 과도하다" 비꼬아... 왕실 기록 보관 시도
영국 외교관 "그들에게도 과도하다" 비꼬아... 왕실 기록 보관 시도

7월 거행된 결혼식 두 달 후, 북한은 수익성 좋은 국제 수집가 시장을 겨냥해 우표 컬렉션을 발표했다. 북한 뉴스가 공개한 새로 발굴된 외무부 기록에 따르면, 이는 김일성 정권이 절실히 필요한 외화 수입을 얻기 위한 돈벌이 노력의 일환이었다.
북한의 특이한 돈벌이 계획은 무기 밀매에서 위조 화폐에 이르기까지 수년에 걸쳐 여러 변화를 겪었지만, 해적판 왕실 기념품이 목록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 기괴한 헌정품은 베이징 주재 영국 외교관이 처음 발견했다. 그는 우표가 "그들에게도 꽤 과도하다"고 비꼬았다. 이 관리는 혀를 내두르며 영국 우체국이 북한 창시자 김일성이 등장하는 "세계의 노인 독재자" 컬렉션을 발행해 "보복"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4개의 우표에는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의 결혼식 장면, 버킹엄 궁전 내부, 궁전 발코니에서 손을 흔드는 신혼부부의 모습이 담겨 있다.
궁전 측이 평양의 기념품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관리들은 이를 왕실 기록 보관소에 추가하는 것이 "오히려 좋았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번 사례는 북한이 국제 사회의 관심사를 활용해 외화 벌이에 나섰던 여러 사례 중 하나다. 폐쇄적인 전체주의 정권이 서방 왕실의 경사를 기념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당시 영국 외교관들에게도 놀라움을 안겼다.
북한은 오랫동안 외화 획득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왔다. 무기 수출, 마약 밀매, 위폐 제조 등 불법적인 활동부터 해외 노동자 파견, 식당 운영 등 합법적인 사업까지 포괄한다. 1981년 왕실 결혼 기념우표 발행도 이러한 외화벌이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수집가 시장에서 기념우표는 상당한 가치를 지니며, 특히 왕실 관련 기념품은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북한은 이를 노리고 영국 정부의 승인 없이 우표를 제작해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40년이 지난 지금, 이 우표들은 냉전 시대의 기묘한 유물로 남아 있다. 북한의 무단 기념품 제작은 국제법상 지적재산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지만, 당시 영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다.
찰스 국왕은 이제 영국 군주로서 북한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40년 전 그의 결혼식이 평양 정권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사실은 국제 정치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화로 남게 됐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