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베스-타크나 잇는 남미 대동맥…연간 승객 1억 명 수송길 연다
페루 "국가 통합 이정표"…한국 기술력·재원으로 사업성 첫발
페루 "국가 통합 이정표"…한국 기술력·재원으로 사업성 첫발

4일(현지시각) 메르코 프레스에 따르면 세사르 산도발 페루 교통통신부 장관은 이날 공식 발표에서 페루 해안 고속철도 건설 계획을 공식으로 밝혔다. 산도발 장관은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 정부는 국가 철도 기반시설을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했다"며 "이는 3300만 명 넘는 페루 국민을 안전하고, 빠르며, 지속가능하게 연결하고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촉진하는 전략적인 약속"이라고 말했다. 페루 정부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과 경제적 도약을 이끌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페루의 현대화와 국가 통합에 이바지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남북 해안선 16시간 주파…경제·물류 대동맥 구축
이번 고속철도 사업은 페루의 지정학적 위치를 볼 때 그 규모와 파급력이 상당하다. 총길이 약 2,446㎞에 이르는 노선은 북쪽 에콰도르와 국경을 맞댄 툼베스 지역에서 시작해 남쪽 칠레 국경 인근의 타크나 지역까지 페루의 태평양 해안선 전체를 잇는다.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만 해도 툼베스, 피우라, 람바예케, 라리베르타드, 앙카시, 리마, 이카, 아레키파, 모케과, 타크나 등 총 10개에 이른다. 페루의 주요 해안 도시와 산업 지대를 철도망으로 모두 잇는 셈이다.
완공하면 지금의 육상 교통수단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속도 혁명이 일어난다. 페루 해안 전역을 단 16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산도발 장관은 이 사업이 가져올 효과가 '획기적'일 것이라며, 해마다 1억 1300만 명의 승객과 6150만 톤이 넘는 화물을 수송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만성적인 교통 체증을 풀고 이동 시간을 크게 줄이는 것은 물론, 해안 지역 사이의 경제·관광·물류를 활성화하고 페루의 국가 경쟁력을 높일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韓 기술력·재원 투입…국제 협력으로 사업 구체화
이번 사업의 첫발을 떼는 중책은 한국의 도화엔지니어링이 맡았다. 도화엔지니어링은 페루가 앞서 국제 기반시설 협력 회의를 통해 다른 나라 투자자들에게 자국의 철도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계기로 이번 사업에 참여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예비타당성조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과 기술을 페루 정부의 부담 없이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페루 정부와 강력한 신뢰 관계를 쌓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산도발 장관은 "이번 사업은 페루에 대한 다른 나라 투자자들의 신뢰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이 대규모 기반시설 사업의 첫 단계에 재정적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든 것 자체가 페루 시장의 잠재력과 안정성을 국제 사회에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한 공식 절차도 속도를 낸다. 첫 단계로 페루와 한국 정부 사이에 양해각서(MOU) 체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예비타당성조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투자 비용, 구체적인 건설 기간, 상세 노선 등을 확정하기 위한 기술 설계파일 작성에 들어간다. 페루 정부는 이번 고속철도 사업을 민족 통합과 국가 현대화의 핵심 이정표로 평가한다. 나아가 공공 기반시설 혁신을 통한 국민 삶의 질 개선과 국토 균형 발전, 그리고 국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