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B 국장 "민주당 선호 기관 영구 폐쇄" 경고…15만 명 해고에 이어 추가 구조조정, 머스크 DOGE 전략 재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셧다운 기간 동안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와 민주당 주요 지역에 대한 인프라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트 OMB 국장, "민주당 선호 프로그램 우선 삭감"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지난달 말 각 연방 기관장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직원 감축 준비를 지시했다.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다코타)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정부 셧다운이 계속되면 대량 해고와 민주당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삭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트 국장은 이미 뉴욕시와 시카고의 인프라 프로그램에서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삭감했다. 또한, 지난 3번의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은 16개 주의 친환경 에너지 프로그램 예산도 동결했다.
세출위원회 고위 위원인 라운즈 의원은 "민주당 동료들에게 더 많은 조치가 올 것이라고 계속 경고하고 있다"며 "나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어도 상황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 주도 DOGE 전략의 재현
이번 행정부의 전략은 일론 머스크가 이끌었던 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연장선이다. 세계 최고 부호인 머스크는 DOGE를 통해 일부 기관을 폐쇄하고 연방 공무원을 대폭 축소했다.
DOGE의 정치적 타격은 컸다. 지난 4월 여론조사에서 머스크의 업무 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5%에 불과했다. 낭비와 부정이 줄었다고 믿는 유권자도 약 40%에 그쳤다.
트럼프는 지난 5일 소셜미디어에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은 보트 국장을 낫을 든 '사신(死神)'으로 묘사하며 연방 공무원과 민주당을 겨냥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 전날 트럼프는 보트 국장과 만나 "민주당이 좋아하는 기관이 어디인지, 영구적으로 삭감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과 다른 강경 전략…공화당 내부 우려도
지난 30년간 정부 셧다운 또는 부분 셧다운 기간 동안 이런 조치를 취한 전례는 없다. 트럼프 자신도 첫 임기 중 두 차례의 셧다운 때 연방 공무원을 대량 해고하지 않았다.
2018년 12월 의회 민주당이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 지원을 거부하자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들어갔다. 당시 트럼프는 기록적인 35일간 버텼지만, 상원 공화당 의원들이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압박하고 민주당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트럼프는 장벽 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한 채 민주당 지도부와 타협해 정부를 재개방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첫 임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깅리치 전 의장은 "이 수준의 변화를 진지하게 추진하려면 매우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2018년 셧다운에서 트럼프는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트 국장 등 핵심 참모들이 첫 임기 이후 4년간 어떻게 하면 연방정부를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전략을 짰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루이지애나)과 존 툰 상원 다수당 대표(공화당·사우스다코타)는 첫 임기 때의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이나 미치 매코널 전 상원 원내대표와 달리 트럼프의 우선순위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공화당·노스다코타)은 세마포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으로서 정부 예산 법안에서 이렇게 높은 도덕적 우위를 가져본 적이 없다"며 "OMB 국장의 전략이 역효과를 낼 수 있는데 왜 이를 낭비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행정권을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위험"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역도 타격…150개 선거구 영향
행정부의 예산 삭감이 주로 민주당 지역에 집중됐지만, 공화당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주들도 영향을 받는다. 톰 에머 하원 다수당 원내 간사(공화당)의 지역구인 미네소타와 켈리 아요트 주지사(공화당)의 뉴햄프셔도 포함된다.
하원 민주당은 예산 삭감으로 타격을 받을 선거구 목록을 공개했다. 거의 150개 선거구가 영향을 받으며, 이 중 28곳은 공화당 의원이 대표하는 곳으로 내년 선거에서 다수당을 결정할 경합 지역이 많다.
보트 국장이 프로그램 삭감을 심화할수록 현대 공화당 연합의 일부인 유권자들을 해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에서 연소득 5만 달러(약 7000만 원) 미만 유권자에서 근소하게 승리했다. 이는 금세기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처음이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소수당 원내대표(민주당·뉴욕)는 지난 1일 백악관 집무실 회의에서 트럼프에게 7월 서명한 대규모 국내 정책 법안의 의료보험 삭감이 트럼프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남부 심층 지역의 가난한 농촌 지역을 가장 크게 타격할 것이라고 전달하려 했다고 밝혔다.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삭감 관련 보도에서 한 병원 의료 책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공화당 계획이 캔자스주 리노 카운티의 그의 병원 같은 농촌 병원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지난해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66%의 지지를 보냈다.
여론은 공화당에 불리…법적 공방 예고
워싱턴포스트가 셧다운 첫날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민주당보다 트럼프와 공화당을 더 많이 비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당수 응답자가 누구 책임인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연방 법원이 이러한 조치들에 대해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부 고위 행정부 관리들은 각 기관 책임자들에게 대량 해고가 불법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조합들은 이번 주 대량 해고 위협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셧다운을 구실로 일반 미국인들에게 가할 수 있는 잔인함은 오직 그들에게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 재개방 협상에 의료보험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