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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충격'…현대차는 가격 인하, 테슬라는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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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충격'…현대차는 가격 인하, 테슬라는 인상

7500달러 세액공제 종료로 판매 급감 전망…지난해 120만대 기록도 '찻잔 속 태풍’
미국 전기차 시장이 연방정부 세액공제 종료와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 폐지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전기차 시장이 연방정부 세액공제 종료와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 폐지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이미지=GPT4o
미국 전기차 시장이 연방정부 세액공제 종료와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 폐지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영국 BBC5(현지시간) 미국이 세계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진 배경을 분석하며, 보조금 축소와 관세 부담이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20만대를 넘어섰다. 4년 전보다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이브리드 판매도 3배로 뛰었다. 지난 8월 배터리 전기차는 전체 자동차 판매의 10%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S&P글로벌모빌리티 집계다. GM, 포드, 테슬라 등 주요 제조사들도 최근 3개월간 전기차 판매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9월 말 세액공제 종료…제조사들 "수요 급감 예상"


업계 분석가들은 이런 성장세가 9월 말 종료된 연방정부 세액공제를 앞두고 구매를 서두른 '막판 수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제도는 배터리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차량 구매 때 최대 7500달러(1050만 원)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혜택이었다.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행사에서 "전기차 산업은 여전히 활기를 띨 것이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M의 폴 제이콥슨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달 컨퍼런스에서 "전기차 수요가 상당히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구매자들이 얼마나 빨리 돌아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50% vs 미국 10%…보급률 격차 뚜렷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은 최근 성장세에도 세계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보면 영국에서는 지난해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판매가 신차 판매의 30% 가까이를 차지했다. 최근 업계 수치는 이보다 더 높다. 유럽에서는 약 20%였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거의 50%에 이르렀으며 올해는 과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웨이와 네팔 등 일부 국가는 보급률이 더욱 높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전기차 보급이 더딘 까닭으로 중국, 영국, 유럽에 견줘 상대적으로 약한 정부 지원 정책을 꼽았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30년까지 전기차가 미국 전체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배출가스 규제 강화, 정부 차량 구매 확대, 전기차 투자 대출과 보조금 제공, 충전소 건설에 수십억 달러 투입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부르며 7500달러 세액공제를 포함한 많은 조치를 없애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올여름 2035년까지 캘리포니아주에서 휘발유 전용차 판매를 단계적으로 없애려던 규정을 철회하는 법안에 서명하며 "여러분은 그런 차를 모두 만들도록 강요받지 않을 것"이라며 "만들 수는 있지만, 시장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전기차 고관세에 가격 경쟁력 약화


가격 문제도 미국 전기차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동차 업계 조사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전기차의 평균 거래가격은 57000달러(8040만 원) 이상으로, 전체 자동차 평균보다 약 16% 높았다. 미국에서 팔리는 가장 저렴한 배터리 전기차인 닛산 리프도 약 3만 달러(4200만 원)에 이른다. 영국에서는 2만 파운드(3790만 원) 미만 모델을 여러 종류 찾을 수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낮은 가격으로 다른 시장에서 빠르게 진출하고 있는 BYD 같은 중국 제조사들은 중국산 자동차 고관세 탓에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차단됐다.

분석가들은 제조사들이 앞으로 어떻게 가격을 정하느냐에 따라 구매자들의 선택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조사들은 세액공제 종료뿐 아니라 트럼프가 올봄 도입한 외국산 자동차와 일부 자동차 부품 관세도 감당해야 한다.

현대차는 가격 인하, 테슬라는 리스료 인상


제조사들의 대응은 엇갈렸다.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 전기차 라인업 가격을 낮춰 세액공제 손실을 메우겠다고 밝혔다. 반면 테슬라는 일부 차량의 월 리스료를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S&P글로벌모빌리티의 스테파니 브린리 부국장은 관세 압박을 고려할 때 많은 기업이 현대차 사례를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새로운 관세만 처리하면 됐어도 충분히 어려웠을 텐데, 새로운 관세와 인센티브 종료가 겹치면서 두 가지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구매자는 어쨌든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지만 "내년은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026년 전체 자동차 판매가 약 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사들은 이미 전기차 투자를 줄이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트럼프의 정책 변화가 투자를 더욱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메리칸시큐리티프로젝트의 캐서린 유스코 연구원은 "전기차 산업에 큰 타격이다. 이를 피해갈 방법은 없다""보조금은 처음에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려는 방법이었고, 이제 사라지면서 미국이 따라잡아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린리 부국장은 여전히 기술 대안을 시험하고 있는 산업에서 미국이 뒤처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가 정말 옳은 것인가"라며 "우리가 뒤처졌다고 말하는 것은 이것이 유일하고 최선인 해법이라고 가정하는 것인데, 그렇게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