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은퇴는 끝이 아니다'…미국 70대 창업 130만 명 돌파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은퇴는 끝이 아니다'…미국 70대 창업 130만 명 돌파

70대 자영업 비율 30% 육박, 60대 두배…돌봄·교육·생활서비스 주력
미국에서 고령층 창업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70대 취업자 10명 중 3명이 자영업에 뛰어들며 '은퇴 후 제2창업'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고령층 창업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70대 취업자 10명 중 3명이 자영업에 뛰어들며 '은퇴 후 제2창업'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미지=GPT4o
미국에서 고령층 창업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70대 취업자 10명 중 3명이 자영업에 뛰어들며 '은퇴 후 제2창업' 열풍을 이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4(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수십 년간 쌓은 경험과 인맥, 기술을 활용해 의료·돌봄·교육·생활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60대의 2배…130만 명 '시니어 창업가'


워싱턴대 브라운 스쿨의 칼 할보르센 사회복지학과 부교수는 "70대 취업자 중 거의 30%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이는 60대 자영업 비율의 거의 2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약 130만 명의 70대 창업가가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밥슨대의 도나 켈리 창업학 교수는 "오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서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이들은 문제를 발견하고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해결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켈리 교수는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 미국 보고서의 주저자이기도 하다.

창업 동기는 다양하다. 수년간 품어온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는 사람, 타인의 삶을 개선할 제품을 만들고 싶은 사람,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 등이 뒤섞여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 재단은 저소득 고령층이 자영업을 찾도록 돕는 '워크 포 유어셀프@50' 프로그램을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기술 발전도 70대 창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밥슨대의 켈리 교수는 "기술이 창업 문턱을 낮췄다""사람들이 집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팔 수 있고 많은 창업 자금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20년 경력 살려 '중개 수수료 제로' 돌봄 사업


조지 코닉(70)20년간 가정 돌봄 중개업체를 운영하며 시간당 또는 상주 간병 서비스 비용을 받아왔다. 그는 "고령 인구 증가로 시장은 탄탄했지만,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는 것을 목격했다""평범한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해법은 중개인을 없애는 것이었다. 코닉은 5년 전 회사를 판 뒤 최근 이케어기버스(eCaregivers)를 세웠다. 가족과 돌봄 제공자를 바로 연결해 근무시간과 급여를 정하도록 하며, 자신이 과거 운영했던 것 같은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는다. 가족들은 근무 일정을 확인하고 급여를 주며 대체 돌봄 서비스를 찾을 수 있다. 코닉은 "가족들이 임금과 이케어기버스 수수료를 모두 낸 뒤에도 돌봄 비용을 30~50%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기 돈으로 회사를 차리고 뜻이 맞는 투자자를 찾고 있다.

샬럿 비숍은 "창업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된 수입을 주지 못할 것 같았다""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두 자녀를 키우며 석사학위를 받은 뒤 뉴욕시립대에서 사무행정 기술을 가르쳤다"고 덧붙였다. 은퇴 후 친구와 이웃들이 서류 정리와 잡동사니 정리를 도와달라고 요청하자, 아들들이 대학에 가고 가정을 꾸릴 때 돈을 벌 기회를 본 비숍은 문서 관리와 사무실·아파트·컴퓨터 파일 정리를 대행하는 라이프 파일스 프로페셔널스를 세웠다.

사업은 그와 함께 변하고 있다. 올해 80세가 된 비숍은 최근 고령층과 가족 돌봄 제공자를 위한 개인비서 서비스를 추가했다. 그는 장기 요양 시설을 알아보고 건강 기록을 정리하며 식료품 주문과 배송을 주선한다. 이 모든 서비스는 멀리서도 제공할 수 있다. 비숍은 "시장과 수요가 있고, 내가 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법정 연기력 가르치는 71세 영화감독


70대 창업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저드슨 본(71)은 수년 전 서로 아는 친구를 통해 변호사 저드슨 그레이브스(77)를 만났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두 저드슨은 지루한 재판을 한탄했다.

본은 "그들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에모리대 로스쿨 임시 학장을 지낸 그레이브스는 설득력 있는 법정 연기로 유명했다. 그는 재판에서 의료 장비와 수술 영상을 가져오고 재판 동선을 연출하며, 모두 진술과 최종 변론을 할 정확한 위치를 골랐다.

두 사람은 각자의 기술을 합쳐 변호사를 위한 온라인 강좌를 만들기로 했다. 할리우드 영화 장면을 담은 '두려움 없는 재판 변호사를 위한 설득 연기 기술'은 지속교육 학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돈이나 인정이 필요하지 않다. 아내와 함께 여행하고 손자들을 돌보는 그레이브스는 "매우 성공한 경력을 쌓았고 매우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본은 "현관에서 음료를 홀짝이며 쉴 수도 있었지만, 대신 영상을 편집하고 대본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70대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것의 장점은 엄청난 지식과 경험이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발견한 것들을 물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모임서 배운 피트니스 사업


메리 롤스는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65세에 교직에서 은퇴한 뒤 피트니스에 대한 사랑을 사업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그는 온라인 지도 모임에 가입해 동료 창업가들과 연결됐다.

한 사람은 웹사이트를 만들어줬고, 다른 사람은 '인생의 나머지를 위한 피트니스'라는 사업 계획을 짜는 것을 도왔다. 롤스는 체육관, 사무실, 온라인, 자기 차고에서 근력 강화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블로그를 쓰고 인스타그램에 팔굽혀펴기를 하는 사진을 올렸다.

롤스는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었다""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사업 기술을 익히고 친구를 사귀며 여성들이 더 튼튼해지도록 도왔다. 78세인 롤스는 지난해 무릎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차고에서 운동 수업을 한다.

소상공인 경제 기여 GDP 43.5%70대 창업가도 한몫


미국 소상공인은 전체 GDP43.5%를 차지하며, 2019년 이후 신규 일자리의 71%를 창출하고 있다. 2024년 소상공인 신규 창업 신청은 월평균 43만 건 수준으로 2019년 대비 50% 증가했고, 70대 이상 창업가의 공식 통계는 없으나 이들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활약하며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70세 이상 고령층이 보유한 미국 전체 가계 순자산 비중은 약 30% 수준으로, 미국 전체 가계 순자산(20252분기 기준) 176.3조 달러(248840조 원)30%는 대략 52.9조 달러(74460조 원)에 해당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