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두 수출 78% 폭락에 600억 달러 지원 추진..."연준 금리인하 중단" 경고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농민들에게 초기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지원하고, 연내 추가로 최대 500억 달러(약 71조 원)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세 수입 2500억 달러, 부채 감축 대신 구제금융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들어 총 2500억 달러(약 356조 원)의 관세 수입을 거뒀다. 이 가운데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부과한 관세에서만 800억 달러(약 114조 원)가 발생했다. 앞서 행정부는 이 자금을 37조 달러(약 5경2700조 원)에 이르는 국가 부채 감축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통과한 세금과 지출 법안으로 재정 적자가 3조5000억 달러(약 4987조 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 수입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구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농민 구제다. 특히 중국의 보복관세로 큰 타격을 입은 아이오와주 대두 농가들이 지원 대상이다. 중국은 과거 미국 대두 생산량의 61%를 구매했던 최대 구매국이었지만, 현재는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 농산물에 20% 관세를 부과했다. 대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대두를 수입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8월까지 중국으로 가는 미국 대두 수출량은 2억1800만 부셸로, 지난해 9억8500만 부셸에서 78% 급감했다.
베다 파트너스의 헨리에타 트레이즈 경제정책 연구 책임자는 "미국 농무부, 재무부, 상무부와 의회 농업위원회가 백악관과 협력해 오는 8일 발표될 수 있는 농민 구제안을 마련 중"이라며 "초기 100억 달러 지원은 정부 셧다운 종료를 위한 단기 지속 결의안에 포함될 수 있으며, 추가로 최대 500억 달러가 농업법안과 연말 세금 연장안을 통해 더 광범위한 농민들에게 지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행정부는 관세 피해를 메우기 위해 농민들에게 약 320억 달러(약 45조 원)를 지원했다. 분석가들은 행정부가 현재 30억 달러(약 4조 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품신용공사(CCC) 자금을 늘려 다시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조업체·가계 지원까지 검토...경기부양 논란
농민 외에도 다른 구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관세와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 리쇼어링의 약속된 이익을 거두지 못한 미국 내 공장을 보유한 자동차 제조업체 등이 지원 대상이다. 트레이즈 책임자는 이러한 제조업체 구제 규모가 150억 달러(약 21조 원) 미만일 것으로 내다봤다. 디어, 캐터필러 같은 기업들도 농업 패키지를 통해 지원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오는 8일 "통상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수입에서 자원을 옮기는 창조적 해결책을 찾아 정부 셧다운 위협을 받고 있던 여성·영유아 식품 지원 프로그램을 살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관세 수입의 우선순위가 37조 달러 부채 감축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최근 인터뷰에서는 "미국 국민에게 1000~2000달러(약 140만~280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는 예일 예산 연구소가 추정한 미국 가구당 평균 관세 부담액 2400달러(약 340만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팬데믹 초기 경기 급락을 막기 위해 가계에 현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수년간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이제 막 벗어나고 있으며, 더 가파른 금리 인하를 원하는 백악관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맥쿼리그룹의 티에리 위즈먼 세계 외환·금리 전략가는 "지금은 추가 경기부양이 필요하지 않다"며 "배당금을 지급하면 연준은 금리 인하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아직 구제 방안 논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행정부 내 보다 합리적인 목소리들이 대통령에게 관세 수입 지출을 다시 생각하도록 설득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채권시장 충격과 IEEPA 합법성 논란
관세 수입을 이러한 방안에 사용하는 것이 미국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채권시장의 반발을 불러올지는 불확실하다. 예일 예산연구소의 마사 김벨 전무이사는 "관세 수입이 상당하긴 하지만 정부 재원의 3.5%에 불과해, 지난해 8월 1.6%에서 늘어났지만, 여전히 전체 규모에서는 작은 비중"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벨 전무이사는 "이 수입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과 지출 법안으로 생긴 상당한 적자 증가분을 메울 수 있었는데, 이를 잃으면 국가 재정과 경제 건전성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다른 악재와 맞물려 더 의미 있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즈먼 전략가는 채권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IEEPA 관세에 대한 대법원의 부정 판결을 꼽았다. 그는 "행정부가 다른 권한을 통해 관세를 유지할 방법을 찾더라도, IEEPA 관세만큼 포괄적이고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IEEPA 관세는 현 무역정책 아래서 걷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관세 수입의 거의 4분의 3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TS 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미국 경제학자는 미국 가계에 대한 광범위한 환급 추진 때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한 조치는 무역 상대국이 관세를 부담하는 것이지 미국 소비자가 아니라는 행정부의 주장과 어긋난다"며 "누군가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왜 환급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블리츠 경제학자는 "종합하면 이는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고 연준이 이를 메울 만큼 빠르거나 깊게 구제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궁극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데, 시기와 정도는 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경제 둔화가 반영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