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본사를 둔 24M 테크놀로지스가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최대 1600km로 늘릴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공개했다고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회사는 기존의 ‘셀(cell)-투-팩(pack)’이나 ‘셀-투-바디(body)’ 구조를 뛰어넘는 ‘전극-투-팩(electrode-to-pack·ETOP)’ 방식을 새롭게 제시했다.
◇ 셀 자체를 없앤 새로운 배터리 구조
24M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셀 구조에는 금속 캔과 모듈 등 에너지를 저장하지 않는 부품이 많아 전체 부피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플라스틱이나 금속 케이스가 사라지고 실제 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을 약 80%까지 높일 수 있다고 24M은 밝혔다.
결과적으로 같은 부피에서 훨씬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어 이론적으로 1회 충전으로 최대 1600km를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24M의 주장이다.
◇ “중국과의 규모 경쟁보다 기술 혁신이 해법”
24M의 나오키 오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은 생산량 경쟁보다 기술 혁신으로 격차를 좁혀야 한다”며 “ETOP 플랫폼은 미국이 해외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격과 성능, 디자인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미국이 혁신적인 기술을 주도하지 못한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eVTOL부터 전기차까지 활용 가능
24M은 새 배터리 기술이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나 대형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배터리의 화학조성이나 크기, 전압에 관계없이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유연성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벽 많아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혁신적이긴 하지만 대규모 양산까지는 현실적인 난관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 공장은 기존 셀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공정을 적용하려면 막대한 설비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또 셀을 없앤 구조에서는 결함 진단이나 열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기존에는 문제를 일으킨 셀만 교체할 수 있었지만 전극 일체형 구조에서는 결함이 발생하면 배터리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 “혁신으로 경쟁하는 미국식 전략”
그럼에도 인사이드EV는 24M의 시도를 미국이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기술 중심의 전략으로 평가했다.
인사이드 EV는 “미국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국 내에서 설계·개발·제조까지 가능한 독자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