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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탈리아 ‘골든파워’ 법제 제재 착수…은행 합병 제한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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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탈리아 ‘골든파워’ 법제 제재 착수…은행 합병 제한에 반발

지난 2023년 2월 1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 본부 입구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2월 1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 본부 입구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탈리아 정부의 ‘골든파워(golden power)’ 법제를 문제 삼으며 제재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EU 집행위가 이탈리아의 골든파워 적용을 두고 단일시장 규정과 기업결합 심사 규정 두 가지 절차를 동시에 개시할 예정이라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골든파워는 국가 안보와 전략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정부가 민간기업의 지분 이동이나 합병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이다. 이탈리아는 이 권한을 방위산업·통신뿐 아니라 은행 부문에도 확대 적용해왔다.

이탈리아 2위 은행 유니크레디트는 지난 7월 소형 경쟁사 방코BPM의 인수를 추진했으나 정부의 개입으로 150억 유로(약 22조5400억 원) 규모의 거래가 무산됐다. 당시 EU 집행위는 이탈리아가 골든파워를 이용해 유니크레디트의 합병 계획을 억제하는 것은 EU 단일시장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U 집행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로마 정부가 발동한 유니크레디트 관련 행정명령을 철회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또 골든파워 법제 자체에 대한 별도의 법적 절차도 병행해 전체 제도의 적법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골든파워가 유럽중앙은행(ECB)의 감독 권한과 중복되고 은행의 독립성과 시장 경쟁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소식통들은 “EU가 이탈리아에 11월 중순까지 두 차례의 공식 서한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골든파워 발동 사유로 ‘국가 안보’를 내세웠다. 특히 유니크레디트가 인수 후 러시아 내 활동을 2026년 초까지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방코BPM의 예금이 러시아 경제로 흘러드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거래가 무산된 뒤에도 로마 정부는 해당 명령을 철회하지 않았다.

EU 집행위가 유니크레디트 제약 조치를 불법으로 판단할 경우 은행은 이탈리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는 EU의 결정에 불복해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도 있다.

이번 조치는 유럽 금융산업 통합을 추진하는 집행위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독일과 스페인 등 다른 회원국에도 경고가 될 전망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