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선 안 돼”

10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은 성명에서 “투자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자산군이 아니며, 암호화폐는 성장이나 수익을 위해 포트폴리오에 포함될 만한 성격이 아니다”면서 “고객들이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암호화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앞서 영국 금융당국은 지난 8일 개인 투자자의 암호화폐 상장지수채권(ETN) 접근을 금지해 온 규제를 해제했다. ETN은 특정 자산에 연계된 채무 증권으로, 이번 규제 완화로 투자자들은 규제된 거래소를 통해 디지털 토큰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성명은 영국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자의 ETN 투자를 허용한 이후 나온 것이다. 성명은 “암호화폐는 성과에 대한 가정을 분석할 수 없고, 다른 대체 자산과 달리 내재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가 올해 초 암호화폐 ETN 규제 해제를 발표했을 때, 당국은 이 조치가 “영국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결정에 대해 영국 내 암호화폐 시장 확대를 위한 중대한 돌파구로 받아들이며 환영했다.
다만 암호화폐는 중앙은행이나 정부와 같은 중앙 권위기관의 규제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 자산이기 때문에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22년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로 불린 암호화폐 시장 붕괴 당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약 2조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은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을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가 지닌 위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회사는 “비트코인의 장기 수익률은 긍정적이지만, 수차례 극심한 손실을 겪은 바 있으며 주식이나 채권보다 훨씬 더 높은 변동성을 지닌 위험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다만 일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ETN을 통해 투기적 거래를 원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내년 초부터 ‘적격 고객’에 한해 해당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관들의 행보
암호화폐는 오랫동안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려 왔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일부 대형 금융기관들은 적극적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모건스탠리는 산하 E-트레이드(E-Trade) 부문을 통해 개인 투자자 대상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미국 주요 은행 중 처음으로 고액 자산가 고객에게 비트코인 펀드 투자를 허용했다.
JP모건은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암호화폐를 강하게 비판해 왔지만, 이와 별개로 스테이블코인 분야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금융 컨설팅사 드비어 그룹(DeVere Group)의 나이젤 그린 CEO는 비트코인이 최근 12만5000달러를 돌파한 것은 “디지털 자산이 금융 주류(mainstream) 시장에 진입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린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이제 더는 비트코인을 시장 변두리의 호기심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변동성이 존재하지만, 이는 성숙해가는 시장에서 가격 발견 과정에 동반되는 ‘생산적인 변동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변동성은 대규모 자금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단기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상승세를 “일시적인 랠리가 아닌 구조적 재편”이라고 규정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 기조가 비트코인의 신뢰성을 더 뒷받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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