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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캐나다, F-35 단일화 기류…비용·무역갈등 변수에도 '불가피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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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캐나다, F-35 단일화 기류…비용·무역갈등 변수에도 '불가피론' 대두

277억 달러로 불어난 사업비, 미국과 무역갈등까지…'분할 구매' 주장 힘 잃어
미국 "상호운용성 저하" 우려…캐나다 공군도 "5세대기 대응력"에 무게
캐나다의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이 F-35 스텔스 전투기 단일 기종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사업비가 277억 달러로 급증하고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라는 변수에도, 안보와 상호운용성을 앞세운 '불가피론'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사진=미 공군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의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이 F-35 스텔스 전투기 단일 기종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사업비가 277억 달러로 급증하고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라는 변수에도, 안보와 상호운용성을 앞세운 '불가피론'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사진=미 공군

캐나다의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이 중대 기로에 섰다. 단일 기종으로 유력했던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계획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비용 문제라는 암초에 부딪히며 최종 결정의 시간이 임박했다. 캐나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태도다. 그런데 이미 상당 부분 F-35 도입에 얽혀 들어간 현실을 고려하면 선택의 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TWZ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캐나다 정부는 낡은 CF-18 호넷 전투기(약 75대)를 대체할 차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전력 보강을 위해 호주 왕립 공군에서 중고 F/A-18 호넷 18대와 예비 부품용 7대를 도입했으나 이는 임시방편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국방부의 스테파니 벡 차관은 최근 하원 회계위원회에 나와 F-35 프로그램이 "전속력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현재의 계약과 합의를 계속 이행하는 것이 우리가 받은 지침"이라며 캐나다 국방부가 "F-35 도입에 맞춰 기반 시설, 조종사, 훈련을 확실히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캐나다가 이미 F-35 16대 구매를 확약한 현실이 깔려 있다. 이 가운데 4대는 대금 전부를 치렀고, 8대는 부품 구매를 마쳤다. 첫 인도 물량은 2026년 미국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에서 훈련용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벡 차관은 16대 이후의 계획은 말을 아꼈다. 그렇지만 사업에 관성이 붙어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2019년 190억 달러(약 27조 원)였던 F-35 88대 구매 비용은 현재 무기체계와 기반 시설 비용을 빼고도 277억 달러(약 39조 원)까지 치솟았다. 비용이 급증한 주된 까닭은 미국 정부의 F-35 합동 프로그램 사무국(JPO)이 캐나다에 건설될 격납고 등 관련 기반 시설에 기존 호넷과 차원이 다른 높은 수준의 보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F-35의 주 운용 기지가 될 앨버타주 콜드레이크와 퀘벡주 바고트빌 공군기지 건설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과의 무역 갈등은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올해 봄 취임한 자유당 소속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이유로 들어, 전임 정부가 2023년 결정한 88대 구매 계획을 전면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많은 캐나다산 제품에 35%의 높은 관세를 물리자 캐나다가 보복 관세로 맞서면서 두 나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분할 구매' 대안론, 현실의 벽 넘을까


이 때문에 F-35 외 다른 기종을 함께 사는 '분할 구매' 또는 '혼합 편대' 구성안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F-35와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 E는 캐나다 현지 생산을 제안하며 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반면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다쏘 라팔 등 유럽 기종들은 경쟁이 미국 기업에 유리하다며 일찌감치 빠졌고, 한때 임시 전투기로 거론됐던 보잉의 F/A-18E/F 슈퍼 호넷은 2021년 무역 분쟁 탓에 경쟁에서 제외됐다.

지난 3월 F-35 구매 재검토에 들어갈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빌 블레어는 혼합 편대의 장점을 내세웠다. 그는 "만약 특정 공간에서 수개월, 수년간 계속 작전을 펼쳐야 한다면, 쓰는 도구가 그 임무에 적합한가?"라고 되물으며 "우리가 맞닥뜨릴 모든 사태에 대처하려면 매우 넓은 범위의 능력 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F-35 단일화' 압박…안보·운용 현실론 고개 들어


하지만 F-35 단일 기종 도입을 향한 압박 역시 거세다. 주캐나다 미국 대사인 피트 훅스트라는 유럽산 전투기를 도입하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와의 상호운용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며 혼합 편대 구성에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밝혔다.

군 수뇌부의 태도는 신중하다. 하지만 현실론에 가깝다. 캐나다 왕립 공군의 제이미 스파이저-블란쳇 사령관은 "장기적인 혼합 전투기 편대는 추가 비용과 복잡성을 낳을 것이며, 일정량의 기반 시설과 훈련이 겹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현재 운용하는 CF-18이 2030년대 초까지 유지되는 과도기를 생각하면, 일정 기간 두 기종을 함께 운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도 함께 인정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모두 5세대 전투기와 미사일을 갖고 서방 동맹을 위협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4.5세대로 분류되는 그리펜 E로는 미래 위협에 대응하기 벅차다는 점을 에둘러 나타냈다.

최근 국방 조달을 책임지는 스티븐 퍼 정무장관이 "그것(F-35 포기)이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실었다. 그의 대변인이 "계약한 16대에만 해당하는 말이며 전체 프로그램은 검토 중"이라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캐나다 정부의 고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혼합 편대 구성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설득력을 잃고 있다. 캐나다는 이미 F-35에 많은 돈을 들였고, 자국 항공 산업 역시 F-35 공동개발과 생산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비용과 정치 부담에도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거대한 기계를 멈추고 다른 대안을 고르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캐나다 정부의 최종 결정이 다가온 가운데, 최종 결정 시점은 2026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지만 저울추는 다시 F-35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