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백악관이 예고해 온 제약사 압박 정책이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의 약가 인하–관세 유예 맞교환으로 구체화됐다.
11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협약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화이자에 이어 두 번째로 성사된 대형 제약사 약가 인하 합의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정상화 캠페인’의 핵심 사례로 평가된다.
◇ 메디케이드에 ‘최저가’ 적용, 소비자엔 최대 80% 인하
이번 협약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는 메디케이드(저소득층·장애인 대상 의료보장 프로그램)에 공급하는 약품의 가격을 ‘전 세계 최저가’ 수준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협약을 통해 직판 온라인 플랫폼 ‘아스트라제네카 다이렉트’를 확대하고 내년 출범 예정인 정부 직영 온라인 약국 ‘트럼프Rx’에도 참여한다. 트럼프Rx는 백악관이 제시한 공공 직판 플랫폼으로 보험을 거치지 않고 환자들이 직접 제약사로부터 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비싸게 약을 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관세 3년 유예·미국 투자 5000억 달러 계획 재확인
대신 백악관은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 향후 3년간 제약 관세를 유예하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약사들의 미국 내 제조 및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내건 조건 가운데 하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미국 내 5000억 달러(약 715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재확인했으며 버지니아주에 4억5000만 달러(약 6400억 원)를 투입해 신규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이번 협약의 재정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상당수 제품을 미국 내에서 제조하고 있어 관세 유예에 따른 비용 절감폭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행정부는 관세 유예를 일종의 ‘당근’으로 활용해 다른 제약사들의 연쇄 참여를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 트럼프 “다음은 다른 제약사들”…‘약가 정상화’ 압박 가속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여름 주요 제약사 17곳에 약가 인하 및 메디케이드 할인 판매를 요구하는 서한을 직접 발송했으며 지난달 화이자에 이어 이번 아스트라제네카 협약으로 정책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다음 주와 그다음 주에도 여러 제약사와 유사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합의는 제약업계가 정부의 규제를 기다리기보다 자발적으로 약가를 인하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미국 내 약가 정상화’ 정책이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제 산업계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했던 제약사 압박 조치가 불과 2주 만에 구체적인 합의로 이어지며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의 추가 참여 압력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