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GW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오라클 클라우드 계약 포함 1조 달러 투자…남은 8천억 달러 확보 방안은 미궁

1조 달러 투자 배경과 자금 조달 과제
오픈AI는 지난해 챗GPT 성공 이후 전 세계에 16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계획했다. 월가 추산으로 이 시설 건설비만 약 7500억 달러(약 1074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 오라클 클라우드 서비스 구매비 3000억 달러를 더해 총 1조 달러 지출을 예고했다.
증권가에서는 “AI 수요 급증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메타·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설비투자 총액이 약 3350억 달러(약 479조 원)에 그치는 점을 고려할 때, 1조 달러 규모 투자 약속은 전례 없는 수준이다.
남은 8000억 달러 조달의 불확실성
애플처럼 많은 현금을 버는 회사라도 8000억 달러를 하루아침에 모으기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45년간 기술기업이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해도 6000억 달러(약 859조 원)에 불과하다. 닷컴 버블 때(1995~2000년)도 2090억 달러(약 299조 원)밖에 모으지 못했다. 이처럼 과거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오픈AI가 8000억 달러를 조달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실제 세계 최대 부채기업 중 하나인 버라이즌의 순부채도 1640억 달러(약 234조 원), 담보 자산은 2650억 달러(약 379조 원)다. 오픈AI가 이보다 훨씬 큰 부채를 떠안기엔 담보 여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나 대형 투자사도 8000억 달러를 단일 기업에 투자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수급도 큰 걸림돌
오픈AI가 데이터센터에 쓸 전력은 16GW다. 조지아주 보글 원전 3·4호기 출력(각 1.1GW) 15기를 지어야 비슷한 규모를 맞출 수 있다. 보글 원전 3·4호기 건설비는 당초 140억 달러(약 20조 원)였다가 최종 300억 달러(약 42조 원)로 늘어났고, 완공까지 15년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에 가스터빈 발전을 쓸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가스터빈은 효율이 낮고 소음·배기가스 문제로 지역 주민 반발을 일으킨다. 전력 공급이 또 하나의 병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픈AI의 투자 약속이 실현되지 않으면 증시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오라클 주가는 오픈AI 클라우드 계약 발표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2480억 달러(약 355조 원) 뛰었다. 지불 능력에 대한 의문이 불거지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월가 관계자는 “하나의 스타트업이 시장에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친 적은 없다”면서 “오픈AI의 자금 조달과 전력 수급 성패가 2025년 증시 버블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