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와 손잡고 2026년 시제품 생산…"데이터센터 서버 획기적 감축"
피터 베닝크 전 CEO 등 '반도체 어벤저스' 합류, 방산·항공 등 특수 시장 정조준
피터 베닝크 전 CEO 등 '반도체 어벤저스' 합류, 방산·항공 등 특수 시장 정조준
이미지 확대보기전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전력 소모'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힌 가운데,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한 스타트업이 기존 엔비디아 프로세서 대비 에너지 효율을 100배 높였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으며 도전장을 던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수장이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임원 출신이자, '물질주의는 헛소리'라고 주장하는 철학 저술가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이 설계한 칩의 생산 파트너로는 한국의 삼성전자가 낙점됐다.
7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일간지 에인트호번스 다그블라드(Eindhovens Dagblad)에 따르면, 베르나르도 카스트럽(Bernardo Kastrup·51)이 설립한 스타트업 '유클리드(Euclyd)'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AI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삼성 파운드리로 2027년 승부
유클리드가 내세운 핵심 경쟁력은 '효율성'이다. 카스트럽 CEO는 자사가 개발한 칩이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동급 프로세서보다 에너지를 100배 덜 소비한다고 주장한다. 이 칩은 범용 연산이 아닌 '신경망(Neural Networks)' 처리에 특화된 설계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내에 필요한 서버 랙(Rack)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됐다. 유클리드는 2026년 초 에인트호번에서 첫 번째 테스트 칩(시제품)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검증 과정을 거쳐 2027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락방서 시작된 '철학적' 설계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거창한 연구소가 아닌 카스트럽의 다락방이었다. 브라질 태생으로 에인트호번 공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뒤 네이메헌 라드바우드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그는, 2년 전부터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홀로 칩 개발에 매달렸다.
그의 이력은 기술과 인문학을 넘나든다. 필립스 리서치와 인텔에 인수된 실리콘 하이브(Silicon Hive)를 거쳐, ASML에서 제품 전략 업무를 담당했다. 동시에 그는 『왜 물질주의는 헛소리인가(Why Materialism is Total Nonsense)』와 같은 철학서를 집필한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 유클리드는 에인트호번 본사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 독일 등지에 약 2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카스트럽 CEO는 다가오는 2026년의 가장 큰 도전 과제로 '숙련된 엔지니어 확보'를 꼽았다.
피터 베닝크 등 '거물급' 지원 사격
유클리드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화려한 자문 및 투자 라인업 때문이다. 최근 ASML CEO직에서 물러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가 유클리드의 자문역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창시자이자 인텔의 공동 발명가인 페데리코 파긴(Federico Faggin),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 투자자 스티븐 슈우만(Steven Schuurman) 등 업계의 전설적인 인물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유클리드는 초기 시장 진입 전략으로 엔비디아와의 전면전 대신 '니치 마켓(틈새시장)'을 택했다. 민감한 산업 및 군사 데이터를 내부(On-premise)에서 처리해야 하는 대기업이 1차 타깃이다. 유클리드는 ASML, 에어버스(Airbus), 라인메탈(Rheinmetall), 탈레스(Thales) 등 보안이 생명인 글로벌 기업들을 잠재 고객으로 지목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