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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로 AI 패권 겨냥…미·중 반도체 전운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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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로 AI 패권 겨냥…미·중 반도체 전운 고조

세계 희토류 생산량 70% 장악한 중국,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수출 허가 강화로 AI·반도체 산업 직접 압박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미국의 핵심 산업,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를 압박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미국의 핵심 산업,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를 압박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GPT4o
중국 정부가 지난 9(현지시각) 희토류 원소 17종과 이를 포함한 제품·기술에 대한 수출 허가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의 핵심 산업,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를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지난 11일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베이징의 희토류 압박 카드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발표한 성명에서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디스프로슘 등 17개 희토류 원소와 이를 포함한 전자 부품·소재·관련 기술에 대해 별도 수출 허가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에는 14나노미터(nm) 이하 반도체, 256층 이상 메모리 반도체, AI 연산용 고성능 서버와 연구용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상무부는 국가 안보와 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올해 초 반도체 관련 핵심 장비·소재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데 대한 대응 수단으로 해석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부터 AI 학습용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으며, 6월에는 고급 메모리 칩의 수출 관리 강화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자신의 SNS중국이 세계를 포로로 잡게 놔두지 않겠다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취소 위협과 함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AI·반도체 경쟁의 핵심 자원


희토류는 전기자동차 모터·풍력 발전기·인공지능 데이터센터·반도체 제조 장비의 핵심 소재다. 미국 안보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며,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합금 생산 비중이 80%를 넘는다. 2024년 기준 중국의 산출량은 27만 톤으로, 미국(11.6%), 호주(6.4%)를 크게 앞선다.

전문가들은 처리·정제 시설 구축에 수년이 걸리므로 단기 압박력은 크지만, 주요국이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면 장기 독점 유지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희토류는 AI 연산장치의 핵심 부품 소재이기도 하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스톤브레이커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통제하면 고성능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운영이 지연돼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출시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고출력 GPU와 영구자석 모터는 NdPr(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합금) 성분이 필수적이다. NdPr은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 합금을 줄여 쓴 이름으로, 영구자석 성질이 뛰어나 전기차 모터·풍력 발전기·AI 데이터센터의 회전장치 등에 널리 쓰인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


미국·일본·호주·인도·유럽연합(EU)은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마운틴패스 광산 재가동에 1억 달러(1430억 원)를 지원했으며,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정제시설 확충에 5000억 엔(47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호주는 내년까지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생산량을 연간 12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EU는 북아프리카·북해 연안국과 협력해 새로운 가공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도 희토류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에 대비해 재활용 기술 개발과 대체 소재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 의존도를 낮이기 위해 폐모터에서 NdPr을 회수하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프로세스 효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해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중 무역 휴전 전망은


·중간 90일 무역 휴전은 지난달 연장됐지만,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조치가 발효되면, 반도체·AI 기업은 새로운 공급 허가 절차를 통과해야 해 시간 지연과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은 내년 개최 예정인 주요 기술 정상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이달 말 회담을 계획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위협과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해 불투명해졌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다변화가 본격화되면 중국의 전략물자 통제 효과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핵심 소재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