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월풀, 삼성전자에 특허 소송…"혁신 식기세척기 기술 도용" 주장

글로벌이코노믹

월풀, 삼성전자에 특허 소송…"혁신 식기세척기 기술 도용" 주장

연 160만 대 팔린 '3단 선반' 기술 두고 법정 다툼 예고
월풀 "고의적 침해"…삼성 공식 입장은 아직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월풀은 연간 16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자사 프리미엄 식기세척기의 '3단 선반' 기술을 삼성이 고의로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월풀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월풀은 연간 16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자사 프리미엄 식기세척기의 '3단 선반' 기술을 삼성이 고의로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월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자사의 핵심 식기세척기 기술을 도용당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월풀은 해마다 160만 대 넘게 판매되는 고급 제품군에 적용한 '3단 선반' 설계 특허를 삼성이 고의로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제품 판매 금지 등을 요구해, 두 회사 간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월풀 코퍼레이션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동부 연방법원 마셜 지원에 삼성전자 본사와 미국 법인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장을 냈다. 소송의 핵심은 월풀의 고급 브랜드 '키친에이드' 식기세척기에 적용된 상단 선반 기술이다. 월풀은 해당 기술이 적용된 '식기 선반을 갖춘 식기세척기'(미국 특허 제12,232,681호)와 '식기세척기용 유리잔 선반'(제10,512,385호) 특허 두 건의 권리를 갖고 있으며, 삼성이 이를 무단으로 사용해 유사 제품을 만들었다고 소장에서 주장했다.

'최대 용량' 내세운 월풀의 특허 기술


소장에 따르면, 월풀은 2020년경 유리잔과 수저를 함께 효율적으로 넣는 새로운 형태의 3단 선반 식기세척기를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이 기술은 기존 얕은 3단 선반의 한계를 넘어, 깊이를 다르게 설계해 컵처럼 부피가 큰 그릇도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월풀은 보도자료에서 해당 3단 선반이 "사용 가능한 부피를 기준으로 주요 브랜드 가운데 가장 용량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2020년 출시 뒤 키친에이드 브랜드로만 해마다 160만 대가 넘는 고급 식기세척기를 팔아 시장에서 중요한 차별점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월풀 엔지니어링의 조엘 럭맨 수석 이사는 "컵 종류를 넣으면서 그릇들을 따로 세척하는 기능까지 갖춘 우리 혁신 3단 선반은 오랜 시간 창의적이고 세밀한 기술 작업을 거친 결과물"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월풀이 소장에서 문제 삼은 제품은 삼성이 2025년 4월쯤 출시한 '비스포크 스마트 식기세척기 3단 세척 시스템'이다. 소장에 따르면 삼성은 공식 홈페이지와 베스트바이, 홈디포 같은 주요 온라인 유통망으로 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월풀은 삼성이 '유리잔, 식기류, 수저를 위한 전용 공간'이라는 표현을 쓰며 제품을 광고하는 점을 지적했다.

시장 경쟁부터 브랜드 가치까지…월풀의 우려


월풀은 소장에서 삼성의 제품이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월풀은 "오프라인 소매점 매장 공간은 한정된 귀한 자원"이라며 "삼성 제품 출시는 소매업체들이 월풀 식기세척기에 나눠주는 매장 공간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이어 "월풀 식기세척기를 보고 살 소비자들이 제품을 알 기회를 잃어 결국 판매와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나아가 월풀의 제품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풀은 쟁점이 된 두 특허를 삼성 제품이 어떻게 침해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681 특허는 수평 공간과 기울어진 공간을 함께 만들어 컵과 수저를 효율적으로 놓는 상단 선반 구조에 관한 것이다. '385 특허는 유리잔을 비스듬히 고정해 구르는 것을 막는 구조와 전용 물 분사관을 연결하는 등 세부적인 디자인과 기능 요소를 담고 있다. 월풀은 삼성 제품이 이 두 특허의 모든 청구항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월풀은 삼성이 침해 위험을 알면서도 기술을 사용했다며 '고의 침해'를 주장하고, 법원에 증액된 손해배상금을 요구했다. 또한 침해 제품의 생산·판매·광고 중단 명령과 함께 관련 온라인 광고·홍보물 삭제, 침해 기간에 발생한 모든 손해, 향후 사용료,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 소송 비용 전부를 삼성이 부담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번 소송은 고급 식기세척기 시장의 기술 경쟁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다. 월풀은 해당 기술이 고급 시장 점유율의 핵심이라고 여기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아직 이 소송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