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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전기차 시대 넘어 'AI·로봇 생태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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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전기차 시대 넘어 'AI·로봇 생태계' 구축

로보택시·옵티머스로 사업 핵심축 전환…보급형 전기차 계획은 후순위
자체 칩·첨단 패키징까지…스페이스X 동원해 반도체 자립 가속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전기차 혁신을 이끌어온 테슬라가 자동차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벗고,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를 양축으로 하는 '지능형 기술 기업'으로의 전면적인 재편에 나선다고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단순히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차원을 넘어, 격변하는 산업 및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반도체 자립까지 아우르며 기업의 DNA 자체를 바꾸려는 거대한 시도다. 테슬라의 미래가 이제 도로 위가 아닌 새로운 지평을 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 전환의 신호탄은 테슬라가 이미 쏘아 올렸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인 로보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를 두고 테슬라가 오랫동안 약속했던 2만 5000달러 (약 3500만원) 보급형 전기차의 꿈은 뒤로하고, 회사의 역량을 AI와 로보틱스라는 새로운 심장에 집중시키겠다는 명백한 선언으로 해석한다.

이 거대한 청사진의 핵심에는 '로보택시'와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가 자리 잡고 있다. 로보택시는 방대한 감지기(센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복잡한 도로 상황을 탐색하며, 찰나의 순간에 안전 결정을 내려야 하는 AI 기술의 집약체다. 한편, 올해 초 기술적 한계로 잠시 생산을 멈췄다가 가을부터 재개된 옵티머스 프로젝트 역시 로보택시와 동일한 AI 모델 및 컴퓨터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의 '디지털 두뇌' 역할을 하는 기술력을 지능형 차량은 물론 지능형 기계까지 아우르는 단일 기반(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셈이다. 소프트웨어, 반도체, 하드웨어가 완벽하게 통합된 하나의 생태계가 탄생하고 있다.

'AI 두뇌' 직접 만든다…반도체 자립에 승부수

이 야심 찬 계획의 가장 결정적 승부수는 바로 '반도체'다. 테슬라의 반도체 전략은 기존 자동차 업계의 수준을 뛰어넘어,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최첨단 영역으로 향하고 있다. 그 전략은 세 가지 차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펼쳐진다.

첫째, 완전자율주행에 최적화된 맞춤형 칩 'HW 4.0'의 고도화와 공급망의 내재화다. 테슬라는 시각처리·신경망 연산 기능을 칩에 통합한 자체 칩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동시에, TSMC 등 세계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와의 장기 협력을 통해 미래의 공급 충격에 대비한 견고하고 통제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둘째, AI 반도체 최강자 엔비디아와의 복잡미묘한 coopetition(협력하며 경쟁하는 관계) 설정이다. 테슬라는 차량용 AI 칩을 독자적으로 설계하지만, 머스크의 또 다른 AI 신생기업 xAI는 거대언어모델 '그록(Grok)' 훈련을 위해 현재 약 20만 개의 엔비디아 칩을 사용 중이며, 이를 100만 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필수 동반자이자 잠재 경쟁자인 셈이다. 동시에 xAI가 브로드컴(Broadcom)과 손잡고 자체 AI 칩 개발을 모색한다는 소문은 AI 기반 시설(인프라) 시장의 패권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을 예고한다.

셋째, 가장 파격적인 행보는 스페이스X에서 나온다.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텍사스에 첨단 칩 포장 기술인 '패널레벨 팬아웃 반도체 패키징(Fan-Out Panel-Level Packaging, FOPLP)' 시설을 건설 중이다. 스페이스X의 이러한 움직임은 칩 생산의 물리적 기반 시설에 직접 뛰어드는 과감한 시도이자 AI 칩의 생산 및 공급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잠재력을 지닌다. 또한 스페이스X는 삼성전자와 16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계약을 맺고 마이크론(Micron), 인도 CG 세미(CG Semi), 타타 일렉트로닉스(Tata Electronics) 등과 세계 공급망을 구축하며 지정학적 위험 분산에도 나서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완전 통합형' AI 제조 생태계


이 모든 전략은 AI, 첨단 제조, 하드웨어를 완벽히 수직 계열화한 '통합 AI 제조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단 하나의 큰 그림으로 모인다. 테슬라의 차세대 차량 기반은 전기차 생산을 넘어,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의 대량 생산을 위한 핵심 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다. 머스크가 "연간 수백만 대 규모 생산을 목표로 극단적 자동화와 전례 없는 원가 절감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옵티머스는 이 새로운 생태계의 능력을 증명할 상징적 결과물이 될 전망이다.

테슬라의 이번 대전환은 단순히 기술적 야망을 실현하는 것을 넘어, 복잡한 기술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기술 주도 제조기업'의 정의를 새로 쓰는 조직 역량에 대한 거대한 '시금석'(試金石)이 될 것이다. 그 결과는 테슬라라는 기업의 운명을 넘어 AI, 로보틱스, 첨단 제조업을 둘러싼 미래 세계 경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