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즈와 자동차 서브프라임 대출업체 트라이컬러가 지난달 잇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월가 신용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레버리지 대출과 담보부대출채권(CLO) 등 고위험 자산 전반으로 불안심리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100억 달러 부채 남긴 퍼스트브랜즈…금융사 노출 ‘1조원대’
로이터에 따르면 오하이오주에 본사를 둔 퍼스트브랜즈는 지난달 29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부채 규모를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 원) 이상으로 신고했다. 제퍼리스와 UBS그룹 등 주요 금융사들이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 이상 관련 노출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퍼리스는 자산운용 부문인 루카디아에셋매니지먼트가 약 7억1500만 달러(약 9867억 원)의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UBS 역시 5억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의 위험 노출을 평가 중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제퍼리스 계열 헤지펀드 포인트보니타캐피털에 출자금 환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이컬러의 경우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부채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 채권자는 2만5000명 이상에 달한다. JP모건체이스는 약 2억 달러(약 2760억 원) 노출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CLO 시장으로 번지는 불안…“3분기 실적이 분수령”
모건스탠리의 추정에 따르면 퍼스트브랜즈의 파산으로 인한 CLO(대출채권유동화증권) 노출은 전체 시장의 약 0.21% 수준이다. 다만 특정 펀드의 경우 노출 비율이 0.001~1.8%에 달해 손실 위험이 존재한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사운드포인트캐피털, 베네핏스트리트파트너스, 팔머스퀘어캐피털 등 여러 자산운용사가 퍼스트브랜즈의 선순위 대출 40억 달러(약 5조5200억 원)에 공동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AGL크레딧과 PGIM은 각각 1억 달러(약 1380억 원) 이상 CLO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루 시츠 기업신용분석 글로벌책임자는 “이번 3분기 은행 실적 시즌이 시장의 신용 건전성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자동차 대출 및 소비자 신용 손실 추세가 특히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 전체 붕괴는 아냐”…그러나 ‘하위 등급 채권’ 주의보
일부 전문가들은 “퍼스트브랜즈 사태가 전체 신용시장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블루아울캐피털의 로건 니컬슨 전무는 “레버리지 금융시장의 전반적 조건은 역사적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개별 거래 단위에서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경기 둔화와 맞물리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니하 코다는 “이번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낙관론에 제동을 건 계기가 됐다”며 “신용 스프레드가 너무 좁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퍼스트브랜즈와 트라이컬러의 연쇄 파산은 단일 기업 문제가 아니라 월가의 고수익·고위험 대출 구조 전반에 내재된 리스크를 재조명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