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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美 농민 지원 약속’ 공수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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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美 농민 지원 약속’ 공수표 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여파와 비료·농기계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해 약속했던 대규모 구제금 지원이 지연되면서 농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농가 “도움 온다더니 감감무소식”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농가 구제금은 아직 집행되지 않았으며 농민들은 내년 파종을 위한 자금 결정을 앞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백악관은 민주당과의 정치 대립, 그리고 정부 셧다운(업무 중단) 장기화가 지원금 지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리 모런(공화·캔자스) 상원의원은 “농민들이 재정적으로 벼랑 끝에 있다”며 “도움이 곧 온다는 말을 은행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재원 조달 방식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 행정 혼선·법적 제약…‘시간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잠시만 힘들 것”이라며 관세 수입으로 보상하겠다고 지난달 밝혔지만 공화당 의원들조차 법적 근거와 재정 여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행정부 관계자는 “돈은 있지만 복잡한 법적 절차 때문에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며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존 부즈먼 상원 농업위원장(공화·아칸소)은 “지원금 규모는 수백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미국 농무부 긴급자금과 의회 예산을 병행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구제금 총액이 최대 500억 달러(약 6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미·중 갈등에 더해진 ‘농가 위기’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면서 곡물 가격이 폭락하자 농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미 농무부 출신 전직 고위관료 오스카 곤살레스는 “농민들이 파종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접근뿐 아니라 식료품 가격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일럽 래글랜드 미국 대두협회 회장은 “정부가 중국 대신 아르헨티나에 400억 달러(약 54조4000억 원) 자금을 지원한다는 보도를 보며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농민이 힘든데, 경쟁국이 중국에 대두를 대량 수출하도록 돕는다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 공화당 내에서도 불안 고조


로저 마셜(공화·캔자스) 상원의원은 “오늘 결정을 내린다 해도 실제 지급까지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고 짐 저스티스(공화·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수만 명의 농민이 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며 “지원금은 암에 붙이는 반창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초를 목표로 120억~130억 달러(약 16조3200억~17조6800억 원)의 긴급 예산을 마련 중이지만 구체적 시행 시점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아시아 순방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과 농가 구제 문제의 향방이 더욱 주목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