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인니 외교장관 평양 방문해 MOU 체결…한국 "구체적 협력 확인되면 적절 조치"

한국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와 북한 사이에 구체적인 방산협력이 확인되면 "방산협력 분야에서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코란자카르타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번 경고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수기오노가 최근 12년 만에 북한을 찾아가 최선희 외교장관과 회담을 하고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나왔다. 수기오노 장관은 지난 10~11일 평양을 찾아가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양국 사이 '양자협의체제 구축'을 담은 MOU에 서명했다.
방위사업청, 기술유출 우려에 강경 대응 예고
방위사업청은 지난 16일 낸 성명에서 "인도네시아와 북한 사이 방산 기술협력을 공식 확인하지는 못했다"면서도 "KF-21 공동개발과 엮인 기술은 엄격하게 보호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3국으로 방산 기술이 새나가는 것을 막는 조치를 더 강화하겠다"며 "앞으로 인도네시아와 북한 사이에 구체적인 방산협력 관계가 확인되면 방산협력 분야에서 적절한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안보 분야 전문가는 "미국은 계속 걱정을 드러내왔다"며 "KF-21을 인도네시아와 함께 개발하면 기술이 간접으로 북한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게 그들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투기 무기체계와 레이더, 전자전 기술 같은 게 새나갈 수 있다"며 "한국 방산 부문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니 쪽, "기술협력은 오해" 해명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자카르타는 북한과 방산 기술을 놓고 합의하지 않았다"며 '기술협력(technical cooperation)'이라는 말을 잘못 이해했다고 해명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기술(technology)이 아니라 실무(technical) 협력이며, 한국어로는 다소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무 협력은 보통 농업이나 관광 같은 분야를 가리킨다"며 "이런 협력은 일반으로 사람들 삶을 나아지게 하는 실용 훈련과 지도에 초점을 맞춘다"고 덧붙였다. 또 수기오노 장관이 평양을 찾아간 것은 2021년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문을 닫았던 주북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을 다시 열면서 이와도 얽혀 있다고 밝혔다.
KF-21 사업, 분담금 연체와 기술유출 의혹으로 삐걱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최대 방산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양국 협력 중심에 KF-21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이 있다. 이 사업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개발비 일부를 내는 대신 시제기와 기술 이전을 받기로 했으나, 분담금 납부를 되풀이해 미뤄왔다.
지난 6월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분담금을 처음 1조 6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크게 줄이는 데 합의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약 4000억 원을 냈으며, 남은 2000억 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납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한편 국내 안보 전문가들은 방산 수출이 늘어나면서 첨단 방산 기술이 북한에 노출될 수 있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FBI와 CIA 같은 기관을 통해 무기 수출 통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한국이 배워야 한다"고 제안한다.
최근 베트남과 북한이 최근 방산협력 합의를 맺은 사실도 우려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은 올해 초 베트남에 K9 자주포를 팔았다. 이들 국가에 대한 방산 기술 이전은 항상 북한으로 넘어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는 KF-21 사업을 정보기관과 미국 걱정에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2013년 마르티 나탈레가와 외교장관이 북한을 찾아간 뒤 처음으로 고위급 인사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양국 관계는 1960년대 수카르노 대통령과 김일성 시절부터 우호관계를 이어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