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그레이 대표 “법률·회계 등 규칙 기반 업종 ‘디지털 우버 혁명’급 충격 예고””

조너선 그레이 블랙스톤 대표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FT 프라이빗 캐피털 서밋’(FT Private Capital Summit)에서 “AI가 법률·회계·클레임 처리 같은 룰 기반 업종을 뿌리째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보고서 첫 장에 AI 평가 담아라”
조너선 그레이 대표는 “신용·주식팀에 ‘투자 보고서 첫 페이지에 AI 리스크를 분석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블랙스톤이 딜(거래) 심사 과정에서 AI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익성 하락 ▲고객 이탈 ▲운영 비용 증가 등을 초기 단계부터 검토하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대출심사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에 투자할 때 AI 챗봇이 인력 수요를 급감시킬 가능성을 수치화해 평가한다. 이 지침은 올해만 신규 거래 150여 건에 적용됐으며,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 200여 곳에도 동일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룰 기반 업종 ‘우버 혁명’과 같은 충격
그레이 대표는 “뉴욕시 택시 면허 가치가 수십 년간 약 500배 상승했다가 우버·리프트 등장 뒤 80% 하락한 사례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법률·회계·보험 클레임 처리처럼 절차와 규칙에 기반한 업무는 AI가 자동화하기 쉬워 ‘디지털 우버 혁명’ 수준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로펌 일부는 AI 문서 작성 도구 ‘로리(ROSS Intelligence)’를 도입한 뒤 초급 변호사 인력이 20~30%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다. 회계 업계에서도 AI 회계 솔루션이 오류율을 기존 5%에서 1%로 낮추면서 업무 처리 속도가 평균 40% 빨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파괴와 기회 모두 살펴야”
그레이 대표는 AI가 전통 산업을 파괴하는 동시에 생산성 혁신을 견인해 글로벌 GDP를 수조 달러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AI 예측 분석을 도입한 제조업체는 불량률을 최대 60% 줄이고, 설비 가동률을 15%포인트 높여 연간 1억 달러(약 1420억 원) 수준의 추가 이익을 거두고 있다.
블랙스톤은 이러한 성과를 딜 메모에 포함해 투자 수익률(ROI) 추정치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레이 대표는 “AI가 가져올 부정적 면만 보지 말고, 기업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 기회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며 “AI 분석을 하지 않는 거래팀은 기회를 놓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블랙스톤이 오픈AI 등 대형 AI 모델을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선제 투자한 점을 주목한다. 또한 구입을 보류한 소프트웨어·콜센터 업체 대신 AI 인프라 전력 수요를 겨냥해 유틸리티 사업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랙스톤의 행보는 AI 리스크와 기회를 동시에 잡으려는 균형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