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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200억달러 그록 인수로 AI 반도체 독점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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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200억달러 그록 인수로 AI 반도체 독점 굳히기

규제 우회 '사실상 M&A'로 추론칩 경쟁사 제거…현금 220억달러 동원
구글 TPU 개발자 영입하며 LPU 기술 흡수…GTX 1060 지원 종료로 세대교체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엔비디아가 AI 칩 스타트업 그록(Groq)200억달러(29조원)에 사실상 인수하며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27(현지시간) 이번 거래가 반독점 규제를 피하면서 경쟁사를 흡수하는 엔비디아의 전략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현금 220억 달러 보유…'라이선스+인재 영입' 방식 선택


엔비디아는 이번 주 그록과 비독점 계약을 체결해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했으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조너선 로스를 포함한 핵심 인력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CNBC는 이 거래 규모를 200억 달러로 추정했으며, 이는 엔비디아 역사상 최대 거래다.

번스타인 증권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지난 26일 고객 보고서에서 "엔비디아가 강력한 재무 상태를 활용해 핵심 분야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현금 보유액은 최근 분기 220억 달러(31조 원)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헤지아이 리스크 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들은 27일 보고서에서 "이번 거래는 본질적으로 규제당국 감시를 피하기 위해 그록을 인수하되, 명칭만 달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초 시가총액 5조 달러(7225조 원) 기업이 된 엔비디아는 OpenAI, xAI 같은 대형 언어모델 개발사부터 람다, 코어위브 같은 AI 서비스 업체까지 광범위하게 투자하고 있다. 이런 투자 전략은 자사 고객에 대한 투자로 순환 금융 구조를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엔비디아는 이를 강력히 부인해왔다.

추론 시장 잠재 경쟁자 제거 노린 포석


2016년 설립된 그록은 AI 추론에 특화된 LPU(언어처리장치)를 제작하며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대안으로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AI 모델 학습은 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익히는 과정이고, 추론은 학습된 모델로 결과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두 과정 모두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엔비디아가 AI 학습용 칩 시장을 압도하는 가운데,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추론 분야에서 더 큰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해왔다. 구글 TPU(텐서처리장치) 같은 맞춤형 칩이나 그록의 LPU가 특정 작업에서 더 적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LPU는 칩 내부에 SRAM 메모리 기술을 활용해 특정 모델에서 더 빠르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 반면 엔비디아 GPU는 마이크론,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만든 외부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의존한다.

그록 CEO 조너선 로스는 최근 인도 비즈니스 매체 유어스토리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 AI 추론 컴퓨팅 수요 절반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컴퓨팅 비용을 가능한 한 0에 가깝게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로스는 구글 1세대 TPU 개발을 주도한 인물로, 엔비디아 최대 경쟁 원천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캔터 피츠제럴드 CJ 뮤즈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그록 인재를 채용하고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것이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는 전략"이라며 "추론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GTX 1060 지원 종료…AI 세대로 자원 집중


한편 BGR은 지난 27일 엔비디아가 맥스웰, 파스칼, 볼타 아키텍처 GPU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GTX 1060, 1050 Ti 같은 카드는 지난 2일 나온 590.44.01 버전 이후 더는 업데이트를 받지 못한다.

2018년 발표한 일정에 따라 파스칼 GTX 10 시리즈는 출시 거의 10년 만에 지원이 끝났다. 게임 레디 드라이버 업데이트는 중단되지만, 보안 업데이트는 202810월까지 분기별로 제공된다.

밸브의 지난달 하드웨어 설문조사에서 GTX 1060은 스팀 사용자 1.86%가 쓰는 15번째로 인기 있는 카드로 나타났다. 구형 제품 지원 종료는 엔비디아가 AI를 포함한 차세대 제품에 자원을 모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27일 약 1% 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