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선업 부흥' 외치자 한화오션·HD현대, 기술 이전·현지화 전략 본격화
필리조선소 950억 원 투자·헌팅턴 잉걸스와 MOU…존스법 개정 여부가 변수
필리조선소 950억 원 투자·헌팅턴 잉걸스와 MOU…존스법 개정 여부가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CNN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해군 조선이 엉망진창(a mess) 상태"라며 "한국 조선사들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보도했다.
美 최고 프로그램도 6개월 지연·57% 예산 초과
존 펠란 미 해군장관은 지난 6월 하원 청문회에서 "우리의 모든 프로그램이 엉망"이라며 "최고 실적을 낸 프로그램조차 6개월 지연에 예산은 57% 초과했다"고 증언했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 해군은 2054년까지 381척 함대 구축을 위해 앞으로 30년간 해마다 400억 달러(약 56조 8200억 원)를 투자해야 하지만 이는 계획보다 17% 많고, 과거 46년 평균보다 255% 많은 규모다.
대표적인 사례가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해군이 사용하는 FREMM급 설계를 바탕으로 삼았지만, 미 해군이 과도한 설계 변경을 요구하면서 1번함 건조가 3년 이상 지연될 전망이다. 지난 3월 하원 청문회에서 미 정부 회계감사원(GAO)의 셸비 오클리 국장은 "조선소의 노후한 시설과 공간 제약, 숙련 인력 부족으로 건조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조선소의 3대 강점은 인력·물류·효율
반면 한국 조선소들은 정시에 예산 안에서 세계 최고 수준 군함을 건조하고 있다. CNN이 지난달 울산 HD현대중공업과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찾은 결과, 한화오션은 122m 길이 3100톤급 호위함 4척을 건조할 건물을 14개월 만에 완공했으며, 각 호위함은 약 3년이면 완성된다. 이는 미국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의 지연 기간과 맞먹는 수준이다.
울산 HD현대중공업의 이진 부사장은 "평균 근속연수 16년인 숙련 인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3만 2000명 규모 노동력이 군함과 상선 건조를 함께 하며 안정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캠벨대학교의 살 메르코글리아노 교수는 "한국 조선소가 군사·상업 프로젝트를 바꿔가며 핵심 인력을 유지하는 방식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물류 효율도 뛰어나다. 한화오션의 전유수 총괄부장은 "거제 조선소에서 반경 50km 안에서 부품과 자재의 90%를 구한다"고 설명했다. HD현대 조선소에서는 거대한 선체 블록이 특수 차량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트럭과 스쿠터가 빠르게 드나들며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美 조선 부흥' 선언…한미 협력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한국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수년 전 어리석게 조선업을 포기했다"며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약 1420억 원)에 사들인 데 이어, 백악관은 최근 한화오션이 이 조선소 확장에 7000만 달러(약 990억 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화오션은 CNN에 "미국 군함을 거제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싶다"고 분명히 밝혔다.
HD현대는 올해 4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에서 유일한 항공모함 건조 조선소지만 낮은 자동화 수준 탓에 연간 1척도 건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존스법 개정이 최대 걸림돌
가장 큰 장애물은 법 규제다. 미국은 1920년 만든 존스법과 1965년 반스-톨레프슨법으로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나 외국산 구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지난 2월 공화당의 마이크 리 상원의원 등이 동맹국 조선소 활용을 허용하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을 내놓았지만, 조선소가 있는 주(州) 정치인들이 지역구 일자리 문제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메르코글리아노 교수는 "의회가 상선이나 보급함 등 비전투 함정은 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함정을 건조한 뒤 점차 미국으로 옮기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미국은 최근 핀란드 조선소에서 쇄빙선 4척을 건조하기로 합의했으며, 이후 7척은 미국 안에서 건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韓 조선사, 서로 다른 미국 진출 전략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로 직접 생산 기반을 쌓는 전략을 택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필리조선소 확장과 다른 조선소 확보를 위해 약 8000억 원 규모 투자를 검토 중이다. 한화해운은 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 10척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발주했는데, 이는 50년 만에 미국 조선소가 받은 첫 LNG 운반선 주문이다.
HD현대는 현지 업체와 협력을 우선하는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HD현대는 2022년부터 필리핀 수빅 조선소 일부를 빌려 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기지로 쓰고 있다. 해마다 20조 원 규모로 헤아려지는 미 해군 MRO 시장 공략이 목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발주처와 직접 연결되는 교두보 확보가 중요하지만 불안정한 공급망과 지정학 리스크 등 실제 제약도 있다"며 "가려서 하는 투자와 기술 차별화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조사국의 로널드 오루크 해군 분석관은 지난 3월 하원 청문회에서 "일본과 한국은 세계 조선업의 모범 사례로 자주 꼽힌다"며 "미국은 인력 훈련과 자재 흐름 관리에서 한국과 일본의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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