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정난에 빠진 아르헨티나 정부에 20억 달러(약 2조8700억 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 우선주의’ 공약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고 MSNBC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MS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동에서 “위대한 철학이 위대한 나라를 지배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번 결정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수십만명 공무원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생활비 상승에 시달리는 미국 내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국내보다 이념 동맹을 우선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국민 복지 축소·물가 상승 속 ‘해외 구제금융’
특히 그는 “국내에서는 서민 복지를 줄이면서 해외에는 수십억 달러를 퍼주고 있다”며 “중국 시장을 잃은 미국 농민들이 파산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워싱턴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지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 “정치적 구제금융”…밀레이 선거 지원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발언에서 “밀레이 연합이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벨라스케스 의원은 “이는 명백히 외국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로 납세자의 돈을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는 위험한 선례”라고 경고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작은 정부’와 ‘절약’을 내세워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와 이념적으로 공조했지만 실제로는 공공서비스 축소와 요금 폭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가계의 공공요금 부담은 소득 대비 6%에서 15%로 증가했다.
◇ 감시·상환조건 없는 전례 없는 대출
이번 지원은 미국 재무부가 환율안정기금(ESF)을 통해 긴급 신용한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상환조건이나 의회 승인 절차가 공개되지 않아 ‘밀실 지원’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과거 멕시코(1995년)와 아시아(1997년) 구제금융 당시에는 명확한 상환 계획과 투명한 감시 체계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보호장치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벨라스케스 의원은 “아르헨티나의 국채는 모두 투기등급으로 평가되고 있어 상환능력 자체가 불투명하다”며 “재무부는 납세자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이제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며 “국내에서는 복지를 줄이고 해외에서는 정치적 동맹을 돕는 데 세금을 쓴다. 이것이 ‘미국 우선’이라면 국민은 더 나은 지도력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