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표준설계 인가 받은 소형모듈원전...2040년 430조 원 시장 겨냥

세계 원자력 뉴스(World Nuclear News)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SMART100의 안전조치 기술보고서(STR)를 올해 말 IAEA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설계 단계부터 안전조치 반영, 국제 비확산 체제 강화
KAERI에 따르면 이번 STR 제출은 현재 개발·건설·운영 중인 전 세계 SMR 가운데 최초 사례다. IAEA는 2018년부터 24개 회원국 가운데 10개국의 재정 지원으로 'SMR 설계단계 안전조치(SBD)' 과제를 추진해왔다. 이 과제는 일체형 가압경수로, 용융염 원자로, 고온가스냉각로, 납냉각고속로 같은 여러 SMR 설계에 핵물질 검증과 사찰 접근성을 설계 초기 단계부터 반영하도록 돕는다.
IAEA의 SMR 안전조치 과제 담당관은 "대한민국이 제출한 STR은 첫 번째 과제 산출물"이라며 "안전조치가 점점 더 많은 나라의 SMR 인허가 절차에 포함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STR은 IAEA의 검토를 거쳐 핵물질 계량, 사찰 접근성, 설계 정보 검증 같은 사항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평가받는다.
SMART100, 지난해 표준설계 승인 후 세계 수출 본격화
SMART100은 2012년 세계 최초 표준설계 승인을 받은 SMART를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원자력연은 기존 SMART의 안전성 향상 연구와 한-사우디 공동 건설 전설계 사업을 거쳐 열출력을 330MW에서 365MW로, 전기출력을 100MW에서 110MW로 높였다. 지난해 9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 인가를 받으면서 안전성을 공식 인정받았다.
완전 피동안전계통이 핵심이다. 이 시스템은 사고가 났을 때 외부 전원 공급 없이 중력과 유체 밀도 차이 같은 자연적 힘만으로 원자로와 격납건물을 식힐 수 있다. 원자로·증기발생기·냉각재펌프 같은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담은 일체형 구조로 냉각재 상실 사고 위험을 원천 차단한다. 설계수명은 60년이며, 3년마다 연료를 교체한다. 전력 생산은 물론 해수담수화, 지역난방, 공정열 공급 같은 여러 분야에 쓸 수 있다.
2040년 400조 원 시장 겨냥, 캐나다·사우디 등 수출 추진
세계 SMR 시장은 지난해 60억 달러(약 8조 6100억 원)에서 2030년 71억 4000만 달러(약 10조 2400억 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은 2040년까지 3000억 달러(약 430조 50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70~80여 개 업체가 SMR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2030년대 초반 상용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연은 현대엔지니어링과 손잡고 캐나다 앨버타주와 온타리오주에 SMART100 실증과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캐나다 수출을 위해 무게를 절반으로 줄인 경량화 모델 'SMART-C'도 개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는 공동으로 표준설계 인가를 신청해 건설 기반을 마련했으며, 튀르키예·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수출 대상국으로 검토하고 있다.
KAERI의 채영림 SMART수출촉진단 수석부원장은 "SMART100은 한국의 앞선 원자로 기술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국제 신뢰를 약속하는 것"이라며 "설계 초기 단계부터 안전조치를 포함함으로써 앞으로 SMR 개발자들에게 선례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KAERI는 안전과 안전조치 인증을 모두 국제 수준에서 받은 최초의 SMR로서 SMART100이 전 세계 뒤따르는 SMR 프로젝트의 참고 모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한규 KAERI 원장은 "SMART100 표준설계 인가는 SMART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세계 SMR 시장 확대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2023년부터 2028년까지 3992억 원 규모의 '혁신형 SMR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35년 0.7GW 규모의 SMR 1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